입력 : 2020. 09. 08 21:03 | 수정 : 2020. 09. 08 21:09 | 디지털판
미주가 유튜브 채널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퍼졌다. 미주가 쓴 울림 공지 양식의 사과문엔 ㉠성희롱 논란을 인지했고 ㉡방송 콘텐츠를 통해 정서적 불편함을 끼칠 수 있음과 ㉢경솔한 발언을 사과 ㉣향후 주의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대개 위력에 의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이유로 발생했다. 오늘 미주의 논란에서 미주가 한 발언을 보면 그가 상대에게 위력을 가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고 성적 만족감이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발언으로 비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상황에서 남성의 성(性) 기능을 희화화해 웃을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면 목적일 것이다.
미주의 발언은 공적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따라서 상대방이 괜찮다는 논리가 사과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충분히 공적인 자리에서 불쾌감을 불러일으킨 발언을 했으므로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문책도 그가 잘못한 정도에 마땅한 수준이어야 한다.
이미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무간지옥(無間地獄)을 통해 수많은 진리들을 잃었다. 미주가 탈퇴를 해야 한다느니 모호한 책임을 져야 한다느니, 그 성별이라느니……. 책임 이상의 짐을 지우는 일련의 집단행동은 비정상이다. 미주가 경솔한 발언을 했으므로 경솔하게 문책을 해야 한다는 논리부터 스스로가 무간지옥을 만들어 내 끊임없는 비난 대열을 만드는 행동인 것이다.
소셜미디어엔 ‘이건 아니지 않나’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읽었다. 수업 중에 여성 교수에게 한 말 때문에 올라온 글이다. “교수님 너무 예쁘게 생겼습니다. 메이크업은 되게 투명하고 밝아요. 미인이시나봅니다.” 이 글을 나노단위로 품평하는 꼬락서니로 비판한 논지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 채 “제 3자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발하는 인간들의 두꺼운 낯짝을 내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여성에게 직접 구체적인 신체 부위를 나열하며 예쁘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젠더이슈를 떠나 내게 누군가에게 예쁘거나 멋있다고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맥락없이 예쁘다 거나 멋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그래도 목구멍까지 차오른다면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이란 수식어를 붙여 조심스레 말을 늘여 놓았다.
만일 미주가 실례되는 말을 하기 전, 물어보고 상대의 허락을 받은 상태에서 말했더라면 논란이 덜했을지 모른다. 미주의 결례에 쏟아지는 책임 이상의 결례를 내 뿜는 집단감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나는 그 광기가 무간지옥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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