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소금/빛] 흔적, 타자를 이해함

입력 : 2017. 12. 31 | 수정 : 2018. 08. 15 | 지면 : 2018. 10. 02 | A17 엔도 슈사쿠 ‘침묵’이 로 끝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실은, 엔도가 말하고 싶었던 건 ‘신은 말씀하고 계신다’였다. 후미에를 밟기 직전, 들려온 예수의 음성에 우리는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엔도가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건 “나의 지금까지의 인생이 그분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관리인의 일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엔도가 말하고자 한 건 관리인 일기를 통해서였다. 관리인의 일기는 ‘조쿠조쿠군쇼루이주’ 안에 있는 ‘사켄요로쿠’에서 발췌한 ‘침묵’의 결말이다. 사교를 조사한 기록인 사켄요로쿠는 기리시탄 주거지를 관리한 가와라 진고베가 남긴 일기다. 엔도는 관리..

[소금/빛] 수치심이 필요해

입력 : 2018. 08. 15 | 지면 : 2018. 10. 02 | A17 인간이 반성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은 수치심이다. 수치심을 제 빨리 거둬버리고 싶은 게 인간 심리다. 가능하면 빨리 거둬버리고 싶다. 잊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살면서 수치심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인간을 탐구하고, 나 자신을 인식할 때 경험되어지는 ‘수치심’은 반성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인간 성숙을 인식하기 위한 감정이다. 법정 소송을 지독하게 당한 목사를 보며 느꼈다. 고통을 준 그 인간은 호의호식하며 의사로 잘 먹고 잘 사니, 당연히 질투 날 법하다. 수치심과 다른, 어떠한 분노를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목사는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2018.02.03 22:16

[소금/빛] 인간의 나약함에서 읽은 공감의 코드

입력 : 2017. 07. 03 | 지면 : 2017. 09. 26 | A23 사모님에게 연락이 왔다. 2016년 3월 19일 교회를 나왔으니 1년하고도 4개월 9일 만이었다. 담임 목사와의 불화로 교회를 나왔음에도 497일간 알 수 없던 지난날의 안부를 물었다. 교회를 나왔다고 확실히 대답했다. 아쉬워했다. 교회를 나온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성주의 사태(2014. 10. 2)’로 흘러가 과거사를 다시 인식해야 한다. 기독교인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와 트라우마는 오순절 신앙을 고수하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검정색 코트에 검정색 바지, 무채색 상의와 오른손엔 파란색 ‘굿모닝 성경’과 조선일보를 든 평범한 인간에게 담임 목사가 좋아하는 음식 같은 정보나 교인과의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담론을 ..

별반 다를 게 없는 여호수아와 백성들

입력 : 2017. 03. 24 | 지면 : 2017. 03. 28 | A21 강하게 당부했다. “너희는, 전멸시켜서 바치는 희생제물에 손을 댔다가 스스로 파멸당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여라. 너희가 전멸시켜서 바치는 그 제물을 가지면, 이스라엘 진은 너희 때문에 전멸할 것이다. 모든 은이나 금, 놋이나 철로 만든 그릇은, 다 주님께 바칠 것이므로 거룩하게 구별하여, 주님의 금고에 넣도록 하여라(여호수아 6:18~19, 새번역).”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간은 “보고, 탐내어”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 금 오십 세겔을 가졌다. 그리고 전멸시켜서 야훼 하나님께 바쳐야 할 물건을 취해 전멸 당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도자인 여호수아와 함께 전쟁에서 패한 이유도 모른 채 야훼 하나님께 원망하는 ..

‘능력의 예수’ 프레임, “예수가 영웅이라고?”

입력 : 2017. 03. 24 | 지면 : 2017. 03. 28 | A21 “예수를 ‘영웅화(英雄化)’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여다보았다. 인간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를 진 예수는 다시 부활했다는 개신교의 믿음에 따라 예수는 영웅이다.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를 영웅화하고 있다는 말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봐야 할 주장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예수라는 영웅을 성화(聖畫)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능력의 예수’다. 극적인 상황에서 예수의 기적을 성서에서 보며 놀라워하는 교인들은 그 능력의 예수가 우리의 삶에서도 일하기를 간절히 열망한다. 오병이어에서 오천 명을 먹이신 능력(마태복음 14:13~21), 거친 풍랑을 잔잔하게 하심(마가복음 4:35~41),..

自己否認,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의 그 어려움

입력 : 2017. 01. 24 | 지면 : 2017. 01. 24 | A25 아예 착한 사람, 선한 사람만 천국갈 수 있다는 주장이 기독교의 교리였다면 어떨까. 아니면 애매모호한 언어로 신을 믿는 사람만 천국에 들여보낼 수 있다고 창조주가 새로운 법을 발표하면 얼마나 편할까. 그럼 많은 사람들은 ‘자격이 없음’에도 천국에 들어가 즐기고 먹으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은 말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태복음 5:3)”,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태복음 7:21)”. 심지어 예수가 율법과 선지서를 폐하러 오지 않았다며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