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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도서 단편 소설 일곱 그릇 드립니다:『7맛 7작』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7맛 7작 박지혜 외 6명 지음 | 황금가지 | 304쪽 | 1만2000원 “허기질 때 읽지 마시오.” 농담 아니다. 진짜다. 첫 장부터 감동이 즙처럼 흘러내린다. 음식에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한입 베어 먹으면 흐르는 즙에 혹시나 흘릴까 걱정될 정도다. 미래에 발전할 3D프린터로 미역국을 만드는 건 어떤가.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역국보다 프린터가 만들어준 미역국이 익숙한 시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계도 따라하는 시대이건만. 주인공의 한 마디를 따라가 보면 인간만이 가능한 저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기억 저편에 숨어버린 미역국 스토리에 첫 작품부터 빠져들지도. 2020. 2. 6. 21:39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만들어진 것에 우리는 주목한다 입력 : 2020. 01. 20 | 수정 : 2020. 01. 20 | 디지털판 미아쟈키 하야오(宮崎駿)는 『미래소년 코난』에서 만들어진 것에 주목한다. 몬스키란 여성이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시금 인간의 순연함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19화에서 만들어진 것의 실체를 깨달은 몬스키의 충격을 그려낸다. 하야오가 담아놓은 인간의 조건엔 아무래도 순연함이 존재하지 않을까. 순연함은 진정성과 궤를 달리 한다. 진정성도 만들어진 것에서 비롯할 수 있기에 만들어지지 않은, 존재 그 자체의 것을 순연함이라 말할 수 있다. ‘만들어진 이념’ ‘만들어진 기억’ ‘만들어진 계급’ 하야오가 지적한 2008년을 훌쩍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우리는 기억 전쟁으로 만들어진 것을 위해 살아.. 2020. 1. 20. 22:27 더보기
문화 “정여진 先生님,,, 音樂을 들으며 기운내고 있읍니다” 입력 : 2020. 01. 06 | 수정 : 2020. 01. 06 | A31 유튜브 개설한 가수 정여진 감격 댓글들로 인사하기도 기억 소환해 노래하는 현상 미소의 세상, 슈퍼갤즈, 카드캡터 체리, 파워디지몬, GTO, 탐정학원Q, 7인의 나나, 이누야샤, 다!다!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억에 잊힌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가수 정여진을 발견하자 익숙한 노랫말과 만화들이 스쳐갔다. 오랜 시간 슈퍼갤즈 ‘끌어안고 싶어’를 찾아 헤맸지만 원곡을 찾을 수 없었다. 미소의 세상 ‘그래 그래’도 그랬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어 붙인 한국어 원곡은 어색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기억을 노래하는 현상 대부분의 90년대 생은 가수 정여진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쟁쟁한 만화 주제가를 정 씨가 불.. 2020. 1. 6. 23:28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10년 전의 편지 입력 : 2020. 01. 01 | 수정 : 2020. 01. 02 | 디지털판 그 때도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아래아 한글에서 지원하는 기본 클립아트를 이용해 하나하나 붙였을 모습을 생각하니, 그 노고를 상상하며 그 때도 웃었던 것 같다. 벌리지 않은 자간이 노랫말을 줄글로 만들었고 반복되는 어구에 큰 글꼴로 넣어 촌스러움이 더욱 묻어났다. 머잖아 이과로 옮겨 간다고 일반사회란 과목을 지나가는. 그런 것쯤으로 생각했겠지만. 담임을 무서워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들어본 적 없는 이 노래를 앞으로도 들어볼 의향이 없다며 시험 범위를 받아 적거나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돼지와 하마를 적당이 섞어 부른 아이들은 저 클립아트가 아래아 한글에서 제공하는 기본 아트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살피지도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2020. 1. 2. 00:30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너의 시대는 저물어 가는구나 입력 : 2019. 11. 27 | 디지털판 본사에 올라와 저물어가는, 저녁놀을 바라봤다. 청명한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보이는 건 나의 한 숨 너머 퍼져가는 공기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곧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팍팍해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지만. 그렇지만, 인지부조화로 가득한 우리네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부조리함을 느낀 첫 순간, 어두워져가는 오늘의 하늘처럼. 마치 바라보길 바라던 마음 안고 네거리로 모여든, ‘당신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그때처럼. 지금의 시대도 오래지 않을 거라 예단하고 말았다. 유감이란 표현과 감정적 술어를 곁들어 아무 문제없을 거라 자신했던 .. 2019. 11. 27. 00:39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돌아가는 길 입력 : 2019. 10. 18 | 디지털판 무엇이든 처음이면 두렵고 떨리기 마련이다. 처음 발을 디딘 이곳 세계를 가늠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겁게 내리 깔은 눈동자는 10시 30분을 가리켰고 이 좆같은 심정은, 버스 안에 탄 우군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유를 빼앗긴 시절을 지내온 지금이 더 낫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그 때 그 시절을 되뇌며 그리워하는 새끼치곤 잘 사는 놈 없다며. 왁자지껄 “지금이 낫지” 말해대는 자유를 박탈당한 한 가운데서 지그문트 바우만 유작 ‘레트로토피아’의 새로운 장을 넘겨댔다. 그 두렵고 떨린 마음도 이젠 몸이 기억한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없어졌다. 남은 것은 귀찮음과 불편함뿐이다. 쾌쾌한 냄새로 얼룩진 방탄모와 탄띠는 몸이 기억하는대로 맞춰놓고 나.. 2019. 10. 18. 21:31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입력 : 2019. 09. 14 | 디지털판 일조차 중독이 되어버린 현대인에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 불안함은 견디기 힘든 지금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카페라도 나서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할 뿐이다.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무엇은 무엇인가. 나이 들어 고물이 된 시계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걱정과 고민을 해대지만 달라지는 것 하나 없다. 불안함 속에 드라마 교사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그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아무런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거나 다른 사람을 상처를 입히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바르게 살면 천국에 간다거나, 순리를 거스르면 지옥에 떨어진다.. 2019. 9. 14. 10:35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오늘의 빗방울이 말한다 입력 : 2019. 09. 07 | 디지털판 비오는 토요일 오늘도 사무실 한편에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2013. 9. 22). 한바탕 시끌벅적 모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교회 한쪽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끝나버린 뉴스를 들었고 라디오를 청취하며 밤 12시로 향했다. 홀로 남은, 조용해진 건물은 아무 말도 없이 스스로의 존재가 지닌 역할을 다했는데. 오늘이야 말로 그 역할을 진하게 느끼는 밤이었다. 비가 지면 아래 녹아내려 버리는 광경을 지켜보며 지붕 아래 인간이 홀로 살아감에 경이를 느꼈다. 또 다시 살았으며 살아있고, 살아갈 것임을 다짐하듯 조용히 지면을 적셔 가는 물의 흐름을 반갑게 맞이했다. 언젠가 오늘의 밤이 끝나고 말 테지만, 매일 내일의 불확실함에 온 몸을 맡길 순 없기에.. 2019. 9. 7. 00:44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여름 한 조각” 입력 : 2019. 07. 30 | 수정 : 2019. 07. 30 | 디지털판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득한 밤의 기온이 25℃를 넘어서다니! 지난 29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30도, 대구와 포항, 강릉 34도에 달했다. 다행스러운 한 가지가 있다면 작년에 비해 나은 정도라는 전문가의 분석뿐이다. 그 무덥던 지난 해.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발표한 ‘여름 한 조각’을 들을 때면 청량감에 잠시간 더운 여름도 가시는 듯하지만. 여전한 열기에 장충체육관에서의 저녁이 떠오른다(2018. 7. 29). 냉기로 가득한 장충체육관 좌석에 앉노라면, 곧 러블리즈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러블리즈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로 뜨거운 열기에 묻혀도 더운 줄 몰랐다.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맞이하는 팬들은.. 2019. 7. 30. 02:29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새벽의 여명 입력 : 2019. 07. 02 | 수정 : 2019. 07. 02 | 디지털판 새벽 예배를 위해 교회로 향하는 길목, 누구를 위한 새벽 예배 인지 고민하는 순간이다(2013. 7. 3). 신학 전공자 어깨 위에 지운 짐처럼. 마르틴 루터도, 길선주도 새벽 예배 드렸다는 부담감에 목회자는 전교인 특별 새벽 예배란 행사로 또 다시 짐을 지운다. 그러나 예수는 침묵과 조용함 속에서 하느님을 찾았다. 주여 삼창과 같은 떼창과 요란한 새벽 예배를 주님께서는 요구하지도, 바라지도 않으셨다. 네 아버지의 은밀한 곳에서의 기도(마태 6,6)는 무엇인가. 한국 교회는 그러한 기도를 하고 있는가. 침묵 속에서 예수는 죽음으로 향했다. 인간을 만든 신이 인간을 위해 죽는다는 역설적 십자가 속에서 그는 침묵했다. 자신의 존.. 2019. 7. 2. 02:05 더보기
문화/도서 그래도 지면 신문을 손에 놓지 않는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입력 : 2019. 04. 30 | 수정 : 2019. 06. 01 |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68쪽 | 1만3500원 새벽 3시 무렵, 조선닷컴에 지면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에 A1, A25가 뜬다면 지면 기사가 맞다. 새벽 4-5시 사이면 툭하고 던져질 신문을 아침 7시에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몇 시에 마감해야 내 손에 들릴까’ 지면에 담기에 신문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편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인터넷 기사는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바꿔주면 끝나지만 활자는 고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실 관계를 엄격히 따져 다루어야 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갑론을박 따지다 보면 정작 지면.. 2019. 5. 1. 22:27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세월호 참사, 스무 달이 지난 광화문 광장에서 입력 : 2019. 04. 16 | 수정 : 2019. 04. 16 | 디지털판 2019. 4. 16. 12:0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