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객관적상관물87 봉원천 부근 한강 산책길 2021. 7. 23. 02:08 해가 지는 강변북로 2021. 7. 23. 02:08 서강나루 공원 옆 표지판 2021. 7. 23. 02:07 서강로 광흥창역 교차로 2021. 7. 23. 02:07 벚꽃 길가에 버려져 주워서 당신에게 드렸을 뿐인데 교무실 한 자리, 물 담은 종이컵에 고이 둔 광경을 벚나무 꺾여서 이탈한 나뭇가지 바라볼 때마다 생각한다. 곧 시들어 사라질 아름다움이겠지만 지금, 여기 아름다움 발산하는 벚꽃에 주목한 당신의 시선이 그립다. 그 때는 사회과학서를 읽어보라던 말씀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하나의 학문 여러 언어로 번역된 책만을 고집하고 말았다. 수없는 철학자와 신학자가 손을 댄 문헌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 때의 고집은 이미 사라지고 만 후였다.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던 당신의 고언(苦言)을 가볍게 여긴 잘못이다. 까까머리로 등교해도 어색한 낯빛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대학 찾아 헤매어도 측은하게 보살피며 공동의 짐을 지우려 하였던 슬픔을 모를 수 있을까. 간학문(間學問)으로 이어지는 철.. 2021. 3. 31. 22:56 낯섦 입력 : 2021. 03. 04 03:21 | 디지털판 갈대밭 서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서 낯섦과 마주한다. 낯섦, 너라는 낯섦 앞에 서노라면. 나는 분노를 느낀다. 너를 대하지 못해서, 만지지 못해서 한탄한다. 낯섦이니까. 또 하나의 낯섦이 떠난다. 화가 난다. 낯섦을 받아들일 준비도, 용기도 없어서 화가 난다. 무능한 사람들 목소리에 힘없이 떠나는 낯섦을 잡지 못해서 슬퍼한다. 저 갈대는 수없이 서 있거늘. 이리 날고 저리 나느라 떠나가는 낯섦을 보고만 있는다. 그 얼굴 바라만 보더라. 슬퍼하고 분노할 시간 하나 없이. 故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I know you said Can’t you just get over it It turned my whole world around And I.. 2021. 3. 4. 03:21 냉소와 비관이 어리석은 너보다 나을 거라는 착각 입력 : 2020. 12. 17 | 디지털판 악은 친근한 얼굴을 내밀며 다가온다. 뿌리치지 못하게 만드는 모종의 미소는 쉬운 언어로 정의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악은 알지 못하는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정해진 시간도, 정해 놓을 새도 없이 다가와 판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곁에서 견뎌낸다. 살아남은 악이 악으로 보이지 않는 단계에 이르면 악은 악이 아니게 된다. 친구의 형상을 빼닮은 괴물 악은 종국에 파멸을 낳도록 사주한다. 사주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도 하듯이 시간은 중요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중요한 한 가지. 정해지지 않은 시간 속 모종의 미소로 다가오는 동안에 발견한 이 악을 뿌리칠 수 있는지의 용기다. 용기를 가지고 있는다면 악은 더 이상 친구의.. 2020. 12. 17. 20:38 고마워 입력 : 2020. 11. 02 | 디지털판 받은 메시지에 희미하게 적힌 사진 속 이름을 하염없이 보았다. 화면에서 반짝이던 텍스트는 뒤로 가기와 함께 사라졌지만 뇌리에선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허공에서 떠오른 그 이름을 불렀다. 더는 그 이름은 응답하지 못하지만 그 이름을 불렀다. 응답이 없었다.길 위에 보이는 걸어가야 할 남은 길에 집중하기 어려워 잠시간 뒤를 돌아보았다. 또 메시지가 왔다.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답장을 보내도 수신 받지 못하는 메시지를 하염없이 읽으며 멈춰 섰다. 탁한 공기처럼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처와 아픔이 그러져 있었다.기가 막힌다는 내용의 제목과 함께 온 다음의 메시지엔 분노와 절망이 담겨져 있었다. 사진과 텍스트엔 익숙한 등장인물과 간략한 시놉시스가 포함되었.. 2020. 11. 2. 23:47 존재불안 입력 : 2020. 08. 21 | 디지털판 도서관을 나오고 오랜만에 만난 집사님의 표정은 여전히 밝은 미소 그 자체였다. 사람을 꽃으로 비유해도 가장 어울릴 만한 미소 뒤에 숨은 진리를 알고 싶던 갈망이 여전히 언어로 드러나는 모습도 여전했다. 잘 지내냐는 물음 뒤에 숨은 “진리를 알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먼 길을 열차타고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지내고 있다는 “그래, 정말 정말 알고 싶어”라는 답변은 3년 전과 동일했다. 존재 불안은 늘 파도처럼 알 수 없는 시간에 우리를 향해 돌진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강력한 힘, 저항하기 어려운 도무지 받들기 곤란한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 존재 불안 그 자체를 잊기 위해 중독된 삶을 살아가지만. 근본적으로 허무한 인간의 본질을 깨닫고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2020. 8. 21. 19:38 빗방울1 입력 : 2020. 08. 15 | 디지털판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보니 어제와 달라진 시원한 분위기를 느꼈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쏟아졌다. 시원하게 부는 빗소리에 바람도 세찼다. 손을 뻗어 느껴지는 찬 빗물을 만져봤다. 촉촉하다 못해 팔꿈치까지 내려오던 빗방울에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뜨거운 바람 보다야 내리는 빗방울이 고마웠다. 그야 적당히만 온다면 모두에게 즐거운 비 소식이겠지만. 알 수 없는 시간에 도달하자 흩뿌리는 빗방울처럼 내 인생도 예측 불허다. 중년 백수 아줌니도 그랬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어도 내 뜻대로 이뤄진 게 한 가지도 없었다고. 누군가는 인생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맥락에서 말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2020. 8. 15. 08:01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