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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러블리즈덕질일기

[그 노래, 그 앨범] 졸린 꿈의 종소리

입력 : 2019. 11. 20 | 수정 : 2019. 12. 31 | C7

 

 

 

비몽사몽 새벽부터 ‘종소리’를 들으면 혼미해진 정신 속에 조금씩 뇌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케이의 “해에줘~” 부분은 처음 들었을 때 쇼킹했다.

케이야, 2017년 한 해 뮤지컬 하랴 러블리즈 활동하랴 고생 많았다! ⓒ울림엔터테인먼트

 

 

“계절의 냄새가 너의 옷깃에” 듣자마자 꺼버린 기억에 재 발굴된 졸린 꿈이 새롭게 다가왔다. 도입부가 맘에 안 들면 바로 꺼버리는 습관도 이 무렵 사라졌다.


졸린 꿈은 가사와 반주를 따로 음미하면 재미있다. 노래의 화자가 지친 그대를 동화 세계로 데려가는데 그 세계는 꿈속이다. 이 꿈에서 깨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에서 마치 동화를 읽어주며 잠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기에 가사는 슬프지만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비트에서 역설의 정점에 오른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콘서트에서 직접 보니 슬픔과 위로가 한데 어우른 러블리즈 색채를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너를 잊겠다고 고백한 ‘삼각형’도 가사는 슬프지만 박자는 즐겁다. 사랑하는 마음이 “콕콕 찔려” 짝사랑을 표현한 것도 모자라 짝사랑을 의미하는 삼각형이 제목의 의미를 이미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걸 전이해(pre-understanding)가 아닐까? 슬픈 이야기를 즐겁게 불러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러블리즈 역설’은 미니 3집 ‘Fall in Lovelyz’ 곳곳에 묻어난다. 러블리즈의 매력이 바로 이런 역설에 있다고 생각했다.

 


‘FALLIN’’도 그렇다. 처음 이 곡을 접한 건 올웨이즈 콘서트였다. 이미 디지털로 기록된 영상물에 흐르던 이 곡의 잔잔한 기록들은 멤버들이 가사를 꾹꾹 눌러쓰고 전광판 가득 채워진 채 팬들에게 공연으로 선물됐다. 색이 다 바래 빛을 잃어도 눈에 담고픈 존재는 누구였을까.


역설은 타이틀곡 ‘종소리’에서 강해진다. 겨울이 가까워진 2017년 11월, 이미 몸을 에우고도 남을 추위에 “해에 줘~” 부분이 기막혔는데 다음 해 겨울부터 종소리는 역주행하고 말았다. 완연한 겨울에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뮤직비디오를 메운 초록빛 잔디가 눈발에 가려져 빨간색 복장과 조화를 이루지 않았을까. 특히 새벽에 들으면 재밌다. 새벽 예배에 강제 참석하게 될 때마다 종소리를 들으며 예배당으로 걸어가곤 했는데 비몽사몽하다보니 박자가 더욱 빠르게 들린다. 겨울 분위기를 살려낸 곡이었지만, 계속 듣게 되는 그런 곡은 아니었다. 가을에 태어난 역설적인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