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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4 10:35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입력 : 2019. 09. 14 | 디지털판 일조차 중독이 되어버린 현대인에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 불안함은 견디기 힘든 지금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카페라도 나서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할 뿐이다.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무엇은 무엇인가. 나이 들어 고물이 된 시계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걱정과 고민을 해대지만 달라지는 것 하나 없다. 불안함 속에 드라마 교사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그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아무런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거나 다른 사람을 상처를 입히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바르게 살면 천국에 간다거나, 순리를 거스르면 지옥에 떨어진다..

2019.09.07 00:44

오늘의 빗방울이 말한다

입력 : 2019. 09. 07 | 디지털판 비오는 토요일 오늘도 사무실 한편에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2013. 9. 22). 한바탕 시끌벅적 모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교회 한쪽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끝나버린 뉴스를 들었고 라디오를 청취하며 밤 12시로 향했다. 홀로 남은, 조용해진 건물은 아무 말도 없이 스스로의 존재가 지닌 역할을 다했는데. 오늘이야 말로 그 역할을 진하게 느끼는 밤이었다. 비가 지면 아래 녹아내려 버리는 광경을 지켜보며 지붕 아래 인간이 홀로 살아감에 경이를 느꼈다. 또 다시 살았으며 살아있고, 살아갈 것임을 다짐하듯 조용히 지면을 적셔 가는 물의 흐름을 반갑게 맞이했다. 언젠가 오늘의 밤이 끝나고 말 테지만, 매일 내일의 불확실함에 온 몸을 맡길 순 없기에..

2019.07.30 02:29

“여름 한 조각”

입력 : 2019. 07. 30 | 수정 : 2019. 07. 30 | 디지털판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득한 밤의 기온이 25℃를 넘어서다니! 지난 29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30도, 대구와 포항, 강릉 34도에 달했다. 다행스러운 한 가지가 있다면 작년에 비해 나은 정도라는 전문가의 분석뿐이다. 그 무덥던 지난 해.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발표한 ‘여름 한 조각’을 들을 때면 청량감에 잠시간 더운 여름도 가시는 듯하지만. 여전한 열기에 장충체육관에서의 저녁이 떠오른다(2018. 7. 29). 냉기로 가득한 장충체육관 좌석에 앉노라면, 곧 러블리즈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러블리즈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로 뜨거운 열기에 묻혀도 더운 줄 몰랐다.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맞이하는 팬들은..

2019.07.02 02:05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새벽의 여명

입력 : 2019. 07. 02 | 수정 : 2019. 07. 02 | 디지털판 새벽 예배를 위해 교회로 향하는 길목, 누구를 위한 새벽 예배 인지 고민하는 순간이다(2013. 7. 3). 신학 전공자 어깨 위에 지운 짐처럼. 마르틴 루터도, 길선주도 새벽 예배 드렸다는 부담감에 목회자는 전교인 특별 새벽 예배란 행사로 또 다시 짐을 지운다. 그러나 예수는 침묵과 조용함 속에서 하느님을 찾았다. 주여 삼창과 같은 떼창과 요란한 새벽 예배를 주님께서는 요구하지도, 바라지도 않으셨다. 네 아버지의 은밀한 곳에서의 기도(마태 6,6)는 무엇인가. 한국 교회는 그러한 기도를 하고 있는가. 침묵 속에서 예수는 죽음으로 향했다. 인간을 만든 신이 인간을 위해 죽는다는 역설적 십자가 속에서 그는 침묵했다. 자신의 존..

2019.05.01 22:27

그래도 지면 신문을 손에 놓지 않는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입력 : 2019. 04. 30 | 수정 : 2019. 06. 01 |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국내도서 저자 : 주영훈 출판 : 가디언 2018.11.27 상세보기 새벽 3시 무렵, 조선닷컴에 지면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에 A1, A25가 뜬다면 지면 기사가 맞다. 새벽 4-5시 사이면 툭하고 던져질 신문을 아침 7시에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몇 시에 마감해야 내 손에 들릴까’ 지면에 담기에 신문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편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인터넷 기사는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바꿔주면 끝나지만 활자는 고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실 관계를 엄격히 따져 다루어야 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갑론을박 따지다..

2019.04.02 19:53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입력 : 2019. 03. 26 | 수정 : 2019. 04. 02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국내도서 저자 : 임세원 출판 : 알키 2016.05.20 상세보기 “나는 통증으로 잠을 못 이뤘고, 신경 차단 주사도 안 먹혔다. 과거에 환자들이 ‘선생님은 이 병을 잘 몰라요’하면, 나는 속으로 ‘내가 잘 아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내가 겪으니 그런 게 다 후회됐다. 점점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거울 속에 비친 폐인(廢人) 같은 내 모습에 견딜 수 없었다.”1 임세원 전문의의 고백이다. 우울증을 향한 선입견은 우울증이 일반적 슬픔과 비슷하다는 오해에서 시작한다. 늘 그렇듯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공부하고 국가에서 공인한 전문의 자격..

2019.03.02 23:07

사랑의교회를 바라본 아들의 덤덤함은 잇지 못하고: 『왜 Why?』

입력 : 2019. 03. 02 | 수정 : 2019. 03. 02 | 왜 WHY?국내도서저자 : 옥성호출판 : 은보 2014.01.05상세보기 여러모로 한국교회는 살아남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7년 학원복음화협의회가 발표한 수치가 단순히 기독교인 대학생 중 20%만이 출석 중이라는 사실만을 가리키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지 않으며 심지어 시민단체보다 믿지 않는다는 사실엔 그만큼 공적(功績)을 쌓아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부동산 투기와 목회자 세습, 조세 체계에 미온적 태도를 지니는 데엔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다. 강박관념이 목회자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교회 내에선 알레고리 해석, 반동성애와 창조과학을 위시한 유사과학을 정론(正..

2019.01.08 13:13

왜, 여전히 한나 아렌트인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입력 : 2019. 01. 07 | 수정 : 2019. 01. 07 |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국내도서저자 : 리처드 J. 번스타인 / 김선욱역출판 : 한길사 2018.10.19상세보기 난민·악의 평범성·혁명정신으로 본 한나 아렌트 생각해보면 아렌트는 난민이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무국적 신분으로 지냈다.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아렌트가 나치 전체주의를 피해 난민이 된 해가 1933년이다. 시온주의자를 돕다 8일간 구속된 아렌트는 프랑스로 망명했고 독일과 전쟁 중인 프랑스 정부가 적국 출신 외국인 수감 명령을 내려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만일 귀르(Gurs) 수용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아렌트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철학자 번스타인은 발터 ..

2018.12.22 17:36

오픈도 하기 전 우연히 들어간 서점: ‘고래책방(GO.re)’

입력 : 2018. 12. 22 | 수정 : 2018. 12. 22 | 디지털판 강릉에 새로운 서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독립 서점, 아니면 교보나 영풍문고처럼 거대한 서점을 생각할지 모릅니다. 대개 독립 서점은 서점 주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다보니 색채가 강하기 마련입니다. 정리된 서적만으로도 주인이 어떤 목적으로 비치했는지 분명하다보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거대 서점은 각 지역마다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1%밖에 되지 않으니,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오죽하면 고 신용호 교보그룹 창업자가 “돈은 교보생명으로 벌고 사회 환원은 서점으로 하겠다”고 말했을까요. 영풍문고 연합군 결성…1위 교보문고에 도전매출 5천억대 교보문고, 이익률은 0%대…수익보다 독서에 더 관심 크지..

2018.12.09 19:23

[뮤비리뷰] 같은 것의 과잉, 같은 것의 중독, 같은 것의 파멸: ‘Stand Out Fit In’

입력 : 2018. 12. 09 | 같은 것의 과잉은 같은 것의 중독을 낳고 같은 것의 파멸을 낳는다. 일본 4인조 록밴드 ‘ONE OK ROCK’이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2018. 11. 22). 원오크락 아홉 번째 정규앨범 ‘Eye of the Storm’ 두 번째 트랙이다(앨범 발표: 2019년 2월 13일). ◇‘같은 것’으로부터 부름을 받다중국인계 소년 이야기로 뮤직비디오는 중국계 소년이란 이유로 받는 조롱으로 시작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청국장과 콩나물, 쌀밥. 주위를 두른 이들에게 불쾌함과 냄새나는 음식일 뿐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일터는 곧 주인공 거처이기도 하다. 방 안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또래들의 비웃음은 먹튀로 이어졌고 잡으려다 만 아버지를 보며 주인공은 결심한다. “나 자신(중국인..

2018.12.09 17:19

[영화리뷰] 중고차 딜러의 신명나는 이야기: 콜링(Calling, 2017)

입력 : 2018. 12. 09 | 수정 : 2018. 12. 09 | A27 괜한 두 시간을 버릴 필욘 없다. 요약해주겠다. 1.꿈을 꾼다. 2.하나님의 소명으로 받아들인다. 3.선교사가 된다. 중고차 딜러라는 소재를 이용해 세상은 더럽고, 추악하며, 자기 이익만을 위한 세상에서 살아가던 중 깨끗하고 정직하며 융통성은 1도 없는 주인공이 끝내 신에게 소명 받았다는 내용이다. 신에게 소명 받는 내러티브로 꾸몄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신은 존재하며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명에 버금가는 인생 스토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연적 요소겠지만 주인공이 겪은 신적 내러티브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갑자기 세상 일(?)을 하다가 선교사가 된 배경엔 세상에서 이미 이룬 성취감, 더 높은 가..

정민규 목사의 스캔들이 준 아케다 교훈:『나쁜 하나님』

입력 : 2017. 11. 07 | 수정 : 2018. 10. 08 | 나쁜 하나님국내도서저자 : 주원규출판 : 새움 2017.09.20상세보기 도코모토 일식집에 모인 중년 남성들. VVIP룸에서 여성을 사이에 끼고, 성적 행위를 하고 있다면 어떤 집단이라고 생각할까. 놀랍게도 율주교회 장로회와 담임목사 이야기다. 미국 뉴욕 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일하던 정민규 목사가 14년 만에 한국 율주에 돌아와 율주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나쁜 하나님’은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시무(始務)하던 교회에서 맨해튼음대 최연소 박사 출신인 김연주와 스캔들이 벌어지면서 끝내 모든 걸 잃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것도 교회에서, 아내에게 발각이 됐으니, 그 충격에 대한 상상은 독자의 몫이다..

2018.10.08 21:40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편의점 아저씨입니다.”: 『매일 갑니다, 편의점』

입력 : 2018. 10. 03 | 수정 : 2018. 10. 08 | 지면 : 2018. 12. 18 | B8-9 매일 갑니다, 편의점국내도서저자 : 봉달호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8.09.15상세보기 하나 둘, 바뀌어 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슈퍼마켙’이던 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파리채를 들고 슈퍼마켙을 지키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면 옛날 사람 취급받는 이 시대에 젊은 알바생의 편의점은 일상이 되고 말았다. 편의점은 내게 토요일 밤 야식을 제공해 준 곳이고, 상근으로 군복무하는 동안 따뜻한 커피를 건넨 고마운 곳이기도 하며, 초등학교에서 알바하는 동안 초딩(?) 동지들에게 초코에몽을 선사해 하나 되게 만든 장소다. 주로 편의점 점주를 평가(?)하며 그들을 의식하던 입장에서, 거꾸로 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