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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홍콩을 지지합니다

입력 : 2019. 08. 19 | 수정 : 2019. 08. 23 | A27

 

자국민 억압하는 당국
지금 當國이 정상인가
홍콩의 自由 실현되길

 

지난 18일, 홍콩 시민은 유수식 집회(流水式集會)로 도로를 행진했습니다(2019. 8. 18). 거대한 우산들로 가득 메운 빅토리아 공원 오색 빛깔은 어둡고 칙칙했고, 자유를 위한 주말 투쟁이 열한 번째 주(週)를 넘겼다는 사실에 조금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시위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월, 한 홍콩 청년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 온 사건이 발생하자 범죄인을 인도하라 홍콩에 요청했지만 범죄인을 인도할 근거가 없으므로 송환하지 못했습니다. 속지주의(屬地主義)인 탓이지요. 홍콩 정부가 이 때문에 송환법을 개정하려 한 겁니다. 문제는 정치범이나 종교 관련 사범을 중국 본토가 손 쉽게 송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 때문입니다.


6월 9일, 103만 명이 홍콩의 자유를 위해 모였습니다. 입법회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심의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2019. 6. 12) 물러서지 않은 홍콩 시민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과 개정 법안 완전 철회를 주장하며 해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경찰은 “해산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해산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5분의 1에 달하는 홍콩 시민은 검은 상복을 입고 홍콩의 자유가 무너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습니다.


흰옷 입은 남성들이 홍콩 위안랑(元朗) 전철역에 등장해 귀가하던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2019. 7. 21). 백색테러였습니다. 그 중엔 만삭의 임산부까지 포함 돼 있었습니다. 뉴스로 바라보던 지하철 안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행은 충격이었습니다. 올라가던 계단에 펼쳐진 우산이 찢어져라 때려대던 광경은 광기 그 자체였습니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존재일까요? 지난 달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민간인권전선 부의장 웡익모(黃弈武·34) 씨는 불법 진압에 나선 경찰이 경찰 번호와 배지를 의도적으로 가렸다고 지적합니다.

 

비폭력 시위, 모여든 홍콩 시민. 사진은 ⓒ로이터연합뉴스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한 시위대는 오른쪽 눈에 빨갛게 물든 붕대를 감아 11일, 시위하다 주머니탄에 의해 오른쪽 눈이 실명된 여성을 대신해 대항했습니다(2019. 8. 12). 목숨을 건 이들은 무엇을 주장합니까? 송환법 철폐를 넘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가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해 간접선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부터 선출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친중(親中)인 이유죠. 2014년 우산혁명도 이 때문에 일어난 홍콩 시민의 목소리였습니다.


지도자 뽑을 권한 없던 시기는 우리에게도 존재했습니다.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1980년 8월, 통일주체국민회의 투표로 제 11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가 1980년 10월 대통령 임기 7년 단임과 간선제 선출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공포해 1981년 2월 다시금 12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국민에 의한 선출이 아니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발생하자 벌어진 민주화 시위였습니다. 시민의 요구가 6.29 선언을 만들어내 제 5공화국은 막을 내렸습니다.


신뢰하기 어려운 중국 당국에 맞선 홍콩 시민들은 우리와 같은 2019년을 살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같은 시대임에도 이들은 정치적 자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자국민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중국 당국은 과연 정상입니까? 방화벽을 세우고 자유로운 인터넷 상의 왕래를 막아서는 정책이 정상입니까? 얼굴도 모르는 흰 옷 입은 테러범을 두려워해야 하는 홍콩 시민들의 삶이 정상입니까? 민주화가 이루어진 오늘의 우리가 잊어서야 되겠습니까?


물론 중국 본토에서 무력으로 홍콩 시민을 함부로 대하진 않을 겁니다. 리스크가 크고,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죠. 홍콩 청년들은 절망감에 빠져 있습니다. 충분히 정치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세탁한 옷조차 널 공간 없는 좁은 방안에서 나와 공유 빨래방으로 향하는 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삶을 담보로 시위로 향하는 홍콩 시민들을 지지합니다. 전혀 멀지 않은 홍콩에 정치적, 학문적, 종교적,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실현되기를 강력히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