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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여진 先生님,,, 音樂을 들으며 기운내고 있읍니다”

입력 : 2020. 01. 06 | 수정 : 2020. 01. 06 | A31

 

유튜브 개설한 가수 정여진
감격 댓글들로 인사하기도
기억 소환해 노래하는 현상

미소의 세상, 슈퍼갤즈, 카드캡터 체리, 파워디지몬, GTO, 탐정학원Q, 7인의 나나, 이누야샤, 다!다!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억에 잊힌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가수 정여진을 발견하자 익숙한 노랫말과 만화들이 스쳐갔다. 오랜 시간 슈퍼갤즈 ‘끌어안고 싶어’를 찾아 헤맸지만 원곡을 찾을 수 없었다. 미소의 세상 ‘그래 그래’도 그랬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어 붙인 한국어 원곡은 어색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기억을 노래하는 현상 
대부분의 90년대 생은 가수 정여진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쟁쟁한 만화 주제가를 정 씨가 불렀기 때문이다. 가수 정여진은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아버지였던 정민섭의 영향을 받아 1976년에 데뷔 해 만화주제가와 동요를 불렀다. 그 때 나이 4살. 

이름만 불러도 알만한 만화영화 ‘요술공주 밍키’(1983), ‘빨강머리 앤’(1985), ‘개구리 왕눈이’(1982), ‘달려라 하니’(1988)부터 2000년대에 들어서 ‘카드캡터 체리’(2000), ‘파워 디지몬’(2001), ‘다!다!다!’(2001), ‘이누야샤’(2002), ‘슈퍼갤즈’(2004), ‘탐정학원Q’(2004) ‘미소의 세상’(2006) 등 숱하다. 

카드캡터 체리 ‘Catch you, catch me’는 정평이 난지 오래다. 아이유도 전국투어 단독 콘서트(2015. 12. 13)에서, 트와이스는 첫 콘서트(2017. 2. 17)에서 부를 만큼 유명하다. 음반으로 기억을 노래한 새벽공방도 2017년 발매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기세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 ‘노래하는 정여진TV’를 개설(2019. 12. 24)하자 하루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돌파했다. 파워디지몬 엔딩 ‘To my wish’ 영상만 6일 기준 조회 수 27만을 넘어서며 “개갓띵곡” “옛날에 녹음 해놓은걸 그대로 부르는 것 같다” “Why am I crying” “내일 일어나서 초등학교 등교해야 할 것 같다” 등 감격을 고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기억을 노래하는 현상이다.

 

 

가수 정여진 씨가 과거 만화주제곡을 부르고 있다. 해당 영상은 미소의 세상 엔딩 ‘그래 그래’로 정 씨는 댓글에 많이 올려준 ‘그래 그래’로 바꿔 작업하느라 곡 소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동생 TULA의 채널도 소개했다. 배경은 ⓒ노래하는 정여진TV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를 읽다
대중의 기억은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정 씨를 초대했다. 지난 3일, JTBC 슈가맨3에 배우 최불암과 함께 ‘아빠의 말씀’ 무대를 선보이자(2020. 1. 3) 인기검색어에 오른 것이다. 같은 날 방송에선 ‘마징가Z’와 ‘은하철도 999’ 등 만화주제가를 부른 김국환 씨도 나왔다. 두 가수는 미래소년 코난 만화주제가를 함께 부르며 기억을 소환했다. 

기억을 소환하는 현상은 온라인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해 8월,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SBS가 자사 프로그램 ‘인기가요’의 24시간 방영을 공표하자 현재 구독자 수 18만 명을 넘어섰다. 레트로 현상에 대중은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SBS ‘깔깔티비’ ‘가요톱10’ ‘복고채널’ ‘SBS Catch’로, MBC는 ‘드라맛집’ ‘오분순삭’으로 확대됐다. 레트로(retro) 형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하자 90년대 생을 주축으로 과거와 추억을 회상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불과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디지털 형식으로 유튜브나 SNS 등에서 소환되자 급격한 IT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긍정적 측면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가수 정여진이 PC게임 ‘악튜러스’와 만화영화 ‘포켓몬스터 DP’ 주제가를 끝으로 활동을 이어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자 감회가 새롭다는 이들은 다른 곡과 콘서트를 요청했다. 

준비하던 곡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래 그래’를 요청해 공개했다며 지난 2일 새 영상을 발표했다. 노래 듣던 이들도 기억을 노래했다. “그래 그래 세상은/나에게 열려 있어/좌절보다 도전함을/반겨주는 세상이…….” 

슈퍼갤즈 ‘끌어안고 싶어’도 불러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