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반성문

 

 

 

반성문


귀찮단 감정을
힘들단 말들로
덮어버린 점

질투의 상태를
유일하단 말로
거짓말한 점

붙어있던 집착
순애보 단어로
옭아매던 점

미안해 한마디
말 못하고서
눙쳐버린 점

.
.
.
,

잘못했어
혼내줘
말 잘 들을 게

 

 



관계에서 지친다는 의미를 곱씹어보면 미안하다는 말이 의미를 잃는다. 많이 미안해서, 수없이 미안해서, 할 말 없이 미안해서 내던진 단어가 바보라는 말과 함께 잊힌다.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어지고 사랑하기 때문에 유일한 존재이길 바라고 사랑하기 때문에 순애보를 내세워 말 못한 채 옭아맨다. 그리고 절벽에 내딛은 마음으로 한 마디 꺼낸다. “잘못했어.” 기회를 요청하는 화자(話者)가 아니라 잘못했단 말을 들은 상대에게 선택의 여지가 주어졌다. 그는 화자의 사과를 받을 것인가. 받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자는 슬퍼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