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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예전 같지 않은 러블리즈… 아이돌에게 상처 받은 ‘작은 팬’

 

“사실은 러블리즈가 팬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7년차 내리막길 여자 아이돌
부진한 음반판매량·카페 회원
상업화 전략 깨닫고 떠나는 팬

 

2019년 9월부터 지속적으로 러블리즈 공식 팬 카페 회원 수는 줄었다. 포털 다음(DAUM)은 5년 이상 활동하지 않은 카페 계정을 자동 탈퇴로 처리한다. 그래서 줄어든다 해도 매주 70에서 100계정이 자동 탈퇴되는 일은 러블리즈가 유일했다.
 
2020년 앨범을 발표한 여자 아이돌만 27그룹. 러블리즈는 1년 3개월 만에 컴백 무대를 보였고 일주일 앨범 판매량은 전작 대비 19% 감소했다. 모모랜드 25%, 여자친구 30%, 트와이스 26%보다 선방을 가리킬지 모른다. 그러나 데뷔 7년 차 러블리즈에겐 가혹했다. 2014년 데뷔한 마마무, 2015년 여자친구, 오마이걸, 트와이스, 2016년 우주소녀, 블랙핑크, 모모랜드와 달리 러블리즈는 이번 앨범에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팬덤 내부에선 이탈 분위기가 이미 감지됐다. 여성을 상품화하고 유사연애를 이끌어내 상업화하려는 전술을 깨닫자 아이돌 판을 떠나려는 움직임이었다.
 
스물일곱 그룹 중 전작에 비해 판매량이 늘어난 여자 아이돌은 많았다. 아이돌이 해체하면 갈아타면 된다고들 말한다. 인터뷰로 응답한 익명의 팬도 갈아타는 팬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갈아타지는 않고 쉬겠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례적인 발언을 꺼냈다. “사실은 러블리즈가 팬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미주·지수만 ‘열혈 소통’… “지나친 상품화에도 버텼건만”
“생일에도 축하 한 마디가 전부”… 싹 트기 시작한 아쉬움
“꼬투리 찾으면 커뮤니티에서 쫓아내기 바쁜 팬덤도 문제”
어긋난 팬 서비스 포켓돌스가 신호탄… 이탈 조짐도 보여

여자 아이돌과 직접 쪽지를 주고받는 서비스 포켓돌스가 도리어 팬덤을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본지 인터뷰에서(2020.09.07) 익명의 팬은 특정 멤버가 자신의 팬임을 알고 있음에도 평소와 다르게 행동해 서운하다고 고백했다. 2015년부터 이어진 5년간의 팬 활동이 무색해진 순간 부끄러움과 서운함을 느꼈다고 한다.

러블리즈 미니 7집은 이전의 앨범과 다른 콘셉트로 발매했다. 달라진 느낌에 전 앨범보다 판매량이 19% 하락했다. 그래도 익명의 작은 팬은 “콘셉트가 어떻든 노래가 어떻든 그게 러블리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코어 팬이라고 밝혔지만 베이비소울의 어색한 반응에는 소심해지고 서운함을 느끼는 작은 팬이었다.

─이번 앨범이 퀄리티만으론 괜찮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던데 예상만큼 러블리즈갤러리의 활발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지금,우리(2017)당시엔 활동력이 상당히 컸던 걸로 안다.실시간 북적이는 갤러리 등급에도 오르지 않았던가
“갤러리는 스스로 화력(활동력)이 줄어들 행동을 계속 했다. 고정닉(회원가입 계정)간의 친목은 둘째 치고 트위터 회원들과 갈등도 있었고 갤러리 내부의 빡빡한 문화라던가 생일 총대하면 꼬투리 잡아서 공격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미주 생일 총대도 나오지 않았고 기부로 흐지부지 된 거라고 본다. 유동닉에 대한 배척도 있고. 활동을 방해하는 이들이 대부분 유동아이피로 접속하지만 유입도 유동아이피로 시작하지 않던가.”

─생일 축하 열기 하나의 행사라고 생각하는데 생일 총대의 경우 팬덤이 더욱 단합하지 않나?
“과거에 총대도 해봤다. 재정적 도움을 줄 뿐 도와주는 이들은 몇 명 없었다. 갤러리의 가장 큰 단점은 단합되지 않는 점이다. 회의를 통해 의견이 나오고 결정될 줄 알겠지만 의견도 총대인 내가 내고 결정도 내가 하고 공유하면 되더라.”

─총대하면 멤버들이 선물이나 편지 등을 인증해주던데
“그런 건 좋다. 뿌듯하고. 한 번쯤 해볼 만한데 두 번은 못하겠더라.”

─점점 총대도 나타나지 않고 부담감은 커지고,매일 같은 행사가 되어버려 이제는 안 나타나는 것 같다
“나도 총대 이후 작은 실수로 탈갤(脫-) 당했다. 팬 사인회에서 먹을 걸 줬는데 그게 탈갤 당할 정도의 잘못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글 쓸 때마다 탈갤하라는 댓글이 달리고 비추가 박혔다. 자연스레 갤러리를 가지 않게 되었다.”

─2018년6월 박명은 생일 당시 생일 축하해준 사건이 갤러리 팬덤 이탈의 대표적 사건이라는 지적이 있던데
“사람들이 과장해 부풀려 말한 거라 생각한다. 당시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던 니트카페가 문을 연 시간은 아니었다. 밤늦게 찾아온 사람들을 사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회사 몫이라 본다. 울림이 그 사람들을 사생으로 판단했다면 해산시켰을 것이다. 내가 생각엔 말 안 들을 사람도 아니었다. 팬들이 뭐라고 하는 건 갑질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스스로 화력을 죽인다’는 게 이런 내부 총질이다. 별 거 아닌 일도 크게 부풀려 일을 만든다. 울림에서 문제 될 거 없다고 판단한 걸 그걸 문제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만들고 논란이 생기면 라이트(lite) 팬들은 탈덕한다.”

─생일 이후 갤 화력이 크게 줄어든 것 같던데 체감했는지 궁금하다
“자체 생일 이벤트에 참여했던 팬들은 쫓아내려고 했을 테지. 그 사람들은 코어 팬이지 않은가. 라이트 팬들도 탈덕시키고 코어 팬도 탈덕시키고 갤러리에서는 뭔 일만 나면 탈덕시키려고 한다. 그러니 팬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거기에 코로나19에 고닉 위주의 대화판으로 이어지다보니 지금에 이른 것 같다
“코로나19 공백도 길었지만 퀸덤(음악 경쟁 프로그램)에서의 논란도 라이트 팬층 이탈에 한 몫 했다고 본다. 유입도 있을 테지만 첫 무대부터 연습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고 급하게 만들었다.”

당시 러블리즈는 동시에 콘서트를 준비하며 바쁜 일정 속에 무리한 스케줄을 잡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데스티니 때(2016.4)가 가장 문제였다. 지금이야 명곡이지만 캔디젤리러브-안녕-아츄 세 곡으로 활동하며 그룹 색을 알리면서 인지도가 올라갔고 기대하는 유입들이 많았다. 그대에게는 팬송이라 윤상 색을 입던 러블리즈에게 조금 맞지 않았다. 안녕과 아츄를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데스티니를 주고 말았다. 진입순위가 가장 높았지만 ‘마음’ 같은 곡이었다면 1위도 하고 기반도 다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서 이후에 데스티니가 나왔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와우(2017. 2)에 이르기까지 팬덤이 이렇게 이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울림이 팬들을 우습게 여기는 게 심하게 느껴진다. 내 입장에선 포켓돌스다.”
 
포켓돌스는 지난 6월 출시한 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으로 결제하면 지지하는 아이돌에게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상업성 논란이 일었다. 팬덤 일각에선 “돈 주고 대화하느냐”고 지적한 것이다.
 
“색채에 대한 피드백보다 ‘포켓돌스’ ‘피킷’ ‘슈퍼스타울림’ 등 팬들 돈만 빼먹으려는 게 느껴진다. 보통 포토카드도 16종이었지만 50종으로 늘렸고. 울림이 어떻든 흔들리지 않았지만 포켓돌스로 충격을 받았다. 울림이 어떻게 사업하든 참았지만 러블리즈에 실망하니 힘들었다. 모든 멤버를 구독했지만 지수와 미주를 제외하면 포켓돌스 사용하는 멤버들이 거의 없다. 케이가 가장. 이럴 거면 시작하면 안 됐다.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동문서답도 많고. 특히 최애(가장 좋아하는)가 소울이었는데 늘 단답이라 아쉬워하던 중 영상통화 팬 사인회에서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어떤 일이 있었나
“원래 성격이 살갑지 않은 건 알지만 반응이 너무 무뚝뚝해 제대로 말 한 마디 못했다. 다른 멤버들과 차이 나니까 서운했다. 다른 팬들에게 토로하니 다들 포켓돌스로 고충이 많다고 말하더라. 이게 코어 팬 이탈하게 만든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미주도 누구가에겐 포켓돌스로 상처주고 있더라. 미주 생일 총대가 나오지 않은 것도 포켓돌스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코어 팬은 시간과 돈, 꽤 많이 투자했는데 원하는 팬 서비스를 받지 못하니 덕질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나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코어 팬들, 포켓돌스 하면서 한 번쯤은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다. 코어 팬들은 러블리즈 활동 시기에 팬 사인회 다니며 대화하곤 했으니까. 포켓돌스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러블리즈가 팬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기반이 무너지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해는 한다. 자주 못하는 거,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답장 자주 오지 않고 어쩌다 한 번 오더라도 성의 있게 대답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런데서 오는 서운함은 꽤 클 것 같다
“덕질하던 중 내게 가장 큰 위기가 왔다. 누구보다 러블리즈를 좋아한다고 자부했는데. 나만 그런건가, 내가 이상한건가 생각 했지만 다들 그랬다.”
 
유명한 사진덕도 활동을 안 한다
“사진덕도 대부분 로켓펀치로 옮긴 사람도 많고 예전에 여기저기 누비던 이도 요새 안 찍더라. 그런 식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덕심 충전돼야 덕질 하니까, 충전될 일 없나 찾아다니는 거다.”
 
그럼 재계약은 어렵지 않을까
“특히 소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내 최애이기 때문에 더 실망스럽고. 솔직히 다른 7명에게 고맙고 여전히 소울이를 제일 좋아하지만 이런 팬 서비스 받으면서 계속 좋아하고 싶진 않다. 자존심 상한다. 모든 멤버들에게 손 하트 받는 게 내 목적이었는데 대부분 손 하트를 받으면 손 하트로 답해줬지만 소울이는 민망한지 가만히 있더라. 그래서 한 마디 했다. ‘저도 하트 한 번 해주세요.’ 그랬더니 ‘민망해서 못 하겠어요’ 하더라. 그 뒤로 말문이 턱하고 막히더라. 마지막이라 생각한 내 생일, 팬 사인회에 응모했다. 생일이라 말해주면 노래 불러주거나 진심 어린 웃음 줄줄 알았지만 다른 멤버들 노래 부르는 와중에 소울이는 ‘아, 그래요? 축하해요’가 전부였다. 왜 좋아하기 시작했을까 후회가 남았다.”
 
따라서 덕질을 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스밍(음악연속재생)이나 투표나 러블리너스 열 명 몫은 했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알고 얼굴도 알아보는데 친절히 대해주면 다시 약해지겠지. 그래야 내 덕심도 충전되고. 그래서 덕질 좀 쉬려고 한다. 포켓돌스도 곧 구독 다 끊길 예정이다. 스밍도 놓아버렸다. 투표도 안하고 브이라이브 채플도.”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다.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공감해줘서 고맙다.”
 
그런 작은 팬에게 러블리즈는 무엇을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