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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이야기 꿰매며] 문장의 힘에서 느낀 문장의 모순과 자책

자유의새노래 2024. 12. 10. 07:05

산문을 쓰면서 고통스러웠을 작가의 고백을 생각해 보면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허리를 다친 아빠의 도전기에서 그걸 느꼈습니다.(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 우광훈)

 

고통을 주제로 한 소설이 많더군요. 자기 딸이 이름 모를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이야기(Fly, Daddy, Fly, 가네시로 가즈키), 사라진 딸을 찾으러 모든 시간을 내동댕이 치고 만 어머니의 이야기(숲의 시간, 김진나) 그리고 해록이를 집착하는 해주의 고통스러운 사랑 이야기까지.(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꽃님)

 

한국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귤의 맛, 조남주) 장애는 여전한데 세상은 바뀌지 않는 영섭이의 이야기(괴물, 한쪽 눈을 뜨다, 은이정)도 그렇고요. 모두 인간의 고통을 다룹니다.

 

이즈음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글쓴이는 고통을 경험해야만 작품을 낳는 걸까. 마치 해산의 고통처럼.’

 

철학자 문규민은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한강 같은 작가가 처절한 소설을 써서 상을 받고 잔치를 하는 세계보다, 소설로 쓸 것도 없고 상 받을 일도 없고 잔치할 것도 없는 세계가 훨씬 더 나은 세계다.”

 

문장의 , 이야기의 힘을 믿었지만, 힘은 악다구니 끝에 발생한 부산물이라는 생각에 눈이 뜨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쓴다는 무엇일까요.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