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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광복홍콩 시대혁명] “괜찮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나는 이 말을 하고 눈물을 삼켰다

입력 : 2019. 11. 18 | 수정 : 2019. 11. 18 | B11

 

 

대학 벽보를 훼손하는 이들과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본토에
“홍콩을 기억하며 함께하겠다”

우리는 연결된 자유 세계시민
홍콩이 자유를 되찾는 날까지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힘내

웃으며 말했지만. “준비되면 말씀해주세요”라고 카메라를 들자 한 문장도 제대로 내 뱉지 못한 채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하려던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닙니다. 울음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보던 중, 전시회 관계자 한 분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동영상을 시청하신 후에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촬영을 부탁드렸습니다. 지하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서자 관계자는 “이 동영상을 공개해도 괜찮나요?”하고 묻자 마스크를 드릴 수 있고, 뒷모습으로 촬영해도 괜찮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배우 김의성도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에 취재로써 동참했다.

지난 8월 11일 응급처치 자원봉사자인 젊은 여성이 주머니탄(빈백탄)에 의해 오른쪽 눈을 다치자

배우도 오른쪽 눈을 가린 채 사진을 찍어 ‘Eye for HK’ 운동에 동참했다.

 


분명 제가 서 있는 곳은 한국인데도 망설여졌습니다. 한국 대학에 붙은 벽보(대자보)를 훼손하며 “중국 문제에 자국민이 아닌 너희들이 참견하지 말라”고 말해대는 인간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예, 없이 촬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하고 답하자 저는 반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이들과 함께 2019년을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메시지를 내뱉으려 했습니다. 이천십구년을 말하려는데. 더는 말문이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방금 제가 말한 “저는 한국인입니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본지 사설에도 실었듯,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만민중앙교회 성폭행 실체는 살에 와 닿는 실재입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며 ‘개인으로 남은, 세상과 맞서 싸우려는 이들의 편에 서겠다’고 말한 맥락도 홍콩을 자신들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자유를 빼앗으려는 중국 본토의 야욕과도 닿아 있습니다. 어떤 중국인은 홍콩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거론하며 조롱까지 하더군요.

 

ⓒ연합뉴스


그렇지만 저는 한국인의 이름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동영상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세계 자유시민의 이름으로 당신들에게 경고했습니다. “홍콩을 기억하며, 이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더 나아가 2019년을 살아가는 홍콩 시민들을 향해 던진 위로의 메시지였습니다. 촬영하기 전, 전시회 벽면에 붙은 홍콩의 언어로 적힌 문구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우리는 많이 약하지만 계속 말할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할 것이다.” 그리고 번역한 청년이 다시 한 번 저를 찾았습니다. 문구를 다시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문장이 삽입되어야 했습니다. “침묵하지 않겠다.” 제게 정확한 워딩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전시회 한 쪽에는 배지와 엽서를 전시해 하나 씩 가져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오른쪽엔 홍콩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적기 위해 거대한 종이를 마련했습니다. 저도 커다란 용지에 한 글자 한 글자 끼적였습니다. “이들과 함께 2019년을 살아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슬픈 마음을 안고 먹먹한 현실을 직시하며, 당당히 自由人으로 나아갈 것이다.” 전시회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신문에 실리지 않은 홍콩 시위 현장이 적나라하게 펼쳐진 거죠.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홍콩으로 취재를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홍콩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입니다. 비록 벌어진 사건을 다시금 받아 적는 일이지만. 지금의 어처구니없는, 자유를 무너뜨리고 행복을 앗아가는 중국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홍콩을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콩 시민 여러분, 한국에서도 홍콩의 자유를 염원하겠습니다. 우리는 자유 시민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홍콩이 자유를 되찾는 날까지. 왼쪽 가슴에 단 배지를 떼지 않겠습니다.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 힘내! 光復香港 時代革命! 香港 加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