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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광복홍콩 시대혁명] 신문에서 보지 못한, 파란 물감, 빨간색 피

입력 : 2019. 11. 18 | 수정 : 2019. 11. 18 | B11

 

 

짐승 잡듯 때려 잡는 흰 옷 입은 남성들, 무차별적 폭행 행사
최초로 물대포차가 출동하자 허공을 향해 실탄 쏜 홍콩 경찰
시위대 향해 첫 실탄 겨눈 날, 시민은 경찰을 가로 막아 섰다
조슈아 웡, “1989년 베이징 탱크맨, 홍콩 피스톨 맨이 되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사이로 흰 옷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몰려 들었다. 그리고 우산 든 시민을 무차별 폭행했다. 믿을 수 없었다. 카메라 든 기자까지 몽둥이와 각목을 들고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한국의 지상파 뉴스로도 보도됐다. 지하철에 난입한 흰 옷 입은 남성들은 성별 가릴 것 없이 때렸고, 한 언론사는 임산부까지 폭행당했다는 기사도 보도했다.


지난 7월 윈롱(위안랑) 전철역에서 벌어진 삼합회를 배후로 추정하는 무차별 폭행이 벌어졌다. 백색테러였다(2019. 7. 21). 시민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무서우면 밖으로 나가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고 30분이 지나서 등장했다. 심지어 흰 옷 입은 용의자에게 “고맙다. 모두의 도움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어깨를 두드리는 경찰 지휘관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늑장 대응한 것도 모자라 용의자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이다.

 

 

 

우리 언론도 홍콩 민주화 운동을 비중 있게 다루곤 한다. 그렇지만 전시회에 낯선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우리 언론의 극명한 한계를 경험했다. 파랗게 물든 홍콩 시민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비로소 보게 된 것이다.


경찰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강경하게 진압했다. 홍콩 경찰은 구룡에서 집회를 연 시민을 향해 빈백탄(주머니탄)을 발사했다(2019. 8. 11). 오른쪽 눈에 맞은 여성 응급처치 자원봉사자는 실명했다. 살상 능력은 낮지만 눈 같은 부위에 맞으면 치명적이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오른 눈에 피 흘리는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 사진이 담긴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파란 물감을 흩뿌리는 사진은 전시회에서 처음 볼 수 있었다. 경찰은 지난 8월, 최초로 물대포차를 출동시켰다(2019. 8. 25). 허공에 실탄을 쏘기도 했다. 시민들은 혼비백산 흩어졌다. 마치 파란 놈으로 낙인 찍듯 시민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 전시회 저편엔 사진과 함께 빔프로젝터로 약 26분 영상을 상영했다. 파랗게 물든 시민 사이엔 외국인도 포함 돼 있었다. 홍콩 경찰은 성별, 나이, 국적과 불문하고 질서를 다잡는다는 명목으로 강경 진압했다.

 


물대포와 실탄 사격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흩어졌다. 누구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불문의 흰 옷 입은 남성들이 각목을 들고 시민을 짐승 잡듯 때리고 경찰은 물대포와 실탄으로 시민을 향해 겨누는데 어느 누가 그곳을 민주 국가, 자유로운 땅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경찰을 향한 공포에 맞선 시민은 ‘피스톨 맨(Pistol-man)’으로 불렸다.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조슈아 웡(Joshua Wong)이 다음날 트위터에 사진 두 장을 올리는데, “1989년 베이징 탱크맨은 2019년 홍콩 피스톨 맨이 되었다.” 시민을 향해 권총을 들이댄 경찰에 맞서 두 팔 벌려 가로 막는 중년 남성의 사진이다. 전시회 관계자에게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사진의 정보를 물었다. “이 남자 분은 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산을 든 채 쏘지 말라고 말했다”고 이같이 답했다. 자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나라라니.

 

ⓒNYT

 

 


시민들은 한 마음으로 5대 요구를 외쳤다. ①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회 ②시위대 폭도 지정 철회 ③체포 시위대 전면 석방 ④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⑤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및 입법회 보통·평등선거 실시. 요구를 한데 아울러 여덟 글자로 묶었다.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 시위는 중문대와 침례대에서도 이어졌다.


전시회 관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묻기 어려웠다. 신원 정보와 관련 돼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정보가 난립했기 때문이다. 홍콩은 질서를 잃은 지 오래다. 소셜미디어에 번진 시위대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이렇게 말하기 싫지만 말해야 한다. 당분간 홍콩에 오지 말라. 홍콩은 안전하지 않다.‘ 전시회에 걸린 문구 하나가 중국 본토에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폭도는 없을 뿐 폭정만 있다(沒有暴徒 只有暴政).‘ 무질서를 만든 주체는 누구인가? 중국 본토는 응답하라.

 

홍콩 시민의 5대 요구

1.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회

2.시위대 폭도 지정 철회

3.체포 시위대 전면 석방

4.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5.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및 입법회 보통·평등선거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