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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객관적상관물

빗방울1

입력 : 2020. 08. 15 | 디지털판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보니 어제와 달라진 시원한 분위기를 느꼈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쏟아졌다. 시원하게 부는 빗소리에 바람도 세찼다. 손을 뻗어 느껴지는 찬 빗물을 만져봤다. 촉촉하다 못해 팔꿈치까지 내려오던 빗방울에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뜨거운 바람 보다야 내리는 빗방울이 고마웠다. 그야 적당히만 온다면 모두에게 즐거운 비 소식이겠지만.

알 수 없는 시간에 도달하자 흩뿌리는 빗방울처럼 내 인생도 예측 불허다. 중년 백수 아줌니도 그랬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어도 내 뜻대로 이뤄진 게 한 가지도 없었다고. 누군가는 인생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맥락에서 말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친구도 친구의 친구도 그 꿈이 뭔지는 모르나 일단 가져보겠다고 했었다.

중도에 하차한 녀석을 빼고는 대학까지 졸업했고, 한 녀석은 대학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빗방울은 쏟아진다. 예상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펼쳐졌다. 아무래도 빗방울은 계획에서 찾아볼 수 없었구나. 수정하기에도 글렀다. 마구 쏟아진다. 무릎까지 차오른 빗방울에 간담이 서늘했다. 집으로 돌아간 녀석도, 학부 건물에서 나오려던 나 조차도. 대학원 건물에서 정전을 맞이한 녀석도. 똑같은 알 수 없는 시간의 빗방울을 맞이했다. 그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릴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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