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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교생과 키스하던 모습을 보면서 계획된 사랑이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악당」

혜진(오른쪽)의 방에서 민지와 범행을 추적하다 마주친다. 민지와 혜진은 무얼 생각했을까. ©내가사랑하는악당

 

명분으로 숨겨둔 네 질투심
넌, 날 좋아하기라도 했니?

 

혜진이는 민지를 사랑했을까.


혜진이 행동을 따라가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민지가 혜진이와 교생을 경멸하듯 쳐다보는 표정처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랑? …… 이 선생님 미친 거 아니야?”


폴라로이드 필름에 담긴, 자고 있던 교생과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여자애. 애석하게도 혜진이는 ‘사진 속 여자애가 왜 내가 아닌 거야’ 질투하는 어투로 들렸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를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은 교생을 끌어내리려는 명분일 뿐이고. 사실은 그 여자애가 내가 되었어야 한다는 질투심이 혜진이 마음에 도사리고 있었다.


민지는 혜진이의 행보를 읽었어야 했다. 다른 여자애와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명백한 증거를 제외한 이유를 물었어야 했다. 애매한 사진으로 담임교사의 관심을 끌고 교생을 반 협박해 내 남자로 만드는 전략을 읽었어야 했다. 민지는 순진하게 혜진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다 배신당했다. 아무도 없는 교정, 혜진이와 교생의 키스를 엿보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혜진의 고백에 의해 조작극으로 드러나자 민지는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 분노와 배신이 가득한 눈빛. 모든 게 민지 탓이 되고 말았다. 버려진 상황 속에서 민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사랑마저 정치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사랑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사랑마저 무너진 민지의 감정은 마지막 장면에 집약된다.


교생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손을 맞잡았던 저녁. 혜진이 방에서 마주쳤던 그 눈빛은 진심이었을까.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경비 아저씨를 피해 숨었던 그때의 호흡도 계획의 일환이었던 걸까. 민지에게 일말의 감정도 느끼지 않았던 걸까. 교생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지와 입맞춤도 할 수 있는, 그런 애였나. 아니, 옷 갈아입던 민지를 찍은 건 교생이 맞기나 한 걸까. 이 모든 게 단지 혜진이의 큰 그림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