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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저 귀엽고 섹시한, 권정열 너란 남자… [10CM 2024 Encore Concert ‘=10’ 후기]

 

2월 24일 오후 6시
올공 핸드볼경기장
정열의 ‘3시간 행진’

 

“조금만 더 오면 안 돼/어제보다도 따뜻하게/나는 가만히 있을 게 아무 말 없이/You’re my everything everything everything”

첫 멜로디 한 소절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10CM(본명 권정열)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핸드볼경기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멜로디, 뜨거운 체온이 전달 됐다. 되게 깊숙한 바늘이 가슴을 찌르는 듯 감동이 스며들었다.

한 달 만에 막을 올린 10CM 앵콜콘서트 ‘=10’을 가게 된 건 순전히 여자친구 덕분이다.

 

 

달달한 보이스 따뜻한 공연

마냥 귀여운 줄만 알았더니

팬들 마음 휘어잡고 뛴 무대

 

가슴 뛰게 부르는 이 노래

친절한 노래 자막과 타이포

꼼꼼한 소품과 선곡에 깜놀

마지막까지 빠져든 멜로디

여친 손잡고 기대어 듣기도

 

 

친절하고 스윗한 공연장 이모저모

앉은 자리는 34구역 40번 대였다. 10CM와 가까우면서도 멀었다. 전광판이 아니었다면 귀여운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매트릭스]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아메리카노] 밖에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전광판에 노래 가사까지 자막으로 보여준 관계자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노랫말에 더욱 집중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노래 제목이 타이포그래피로 전광판에 나올 때면 흐뭇해졌다. 곡 하나를 위해 타이포그래피로 옷 입혀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길어야 5분]을 다 부르고 공연장에서 침대에 몸을 맡겨 [매트릭스]를 불렀을 땐 이미 여자친구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소품 하나하나 다채롭고 풍성했다.

 

 

귀엽다가도 섹시하게 돌변하는 권정열, 이렇게 야한 남자였나

가사를 마음에 담으며 콘서트를 즐기는 중간에 특이한 곡들을 발견했다. [Pet] [안아줘요] [죽겠네]를 불러줄 때마다 여자친구를 힐끗힐끗 보았다. 안 그래도 사랑스러운데, 이 곡을 불러줄 때마다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날 묶어줘 보채고 혼내줘
너의 강아지처럼 길들여줘
네 침대에 네 품에 재워줘”

“안아줘요
안아달라니까요
허리가 끊어지도록
쇄골이 부서지도록
뒷목이 뻐근하도록
온몸이 빨개지도록”

“코를 골아도 듣기 좋아
냄새가 나도 향기로와
씻지 않아도 너무 빛이 나서 죽겠네”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한 노래들이 있을까. 이따금 마음을 강하게 두드리는 야릇한 가사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노래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비비 ‘밤양갱’을 부르던 10CM가 “밤… 밤… 밤…” 부르더니 “빠바바밤” 쓰담쓰담을 불러줄 땐 귀여움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내 나이 서른, 권정열에게 빠져도 되는 건지 싶을 정도로 남자가 봐도 귀엽고 섹시했다.

 

 

3부 합창: 다음 콘서트까지도 기다리게 만드는 애틋함

이제야 귀에 익은 [그라데이션]과 [Fine thank you and you]를 들으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3시간 콘서트가 짧게만 느껴진 이유다. 아는 곡도 몇 없었는데 다 익숙한 곡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마지막 3부 합창도 그랬다. “10CM와 함께하는 음악시간 오늘도 돌아왔습니다. 3부 합창 저랑 함께 하실 텐데요. 구역을 나누겠습니다” 1층과 2층, 3층으로 나누어 “뚜루루루루” “땡큐”를 나누어 불렀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져간 덕분에 앵콜에서부터 끝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팬들은 하나가 되어 10CM 마지막 곡 [Fine thank you…]를 합창했다. 하나로 어우러진 천상의 멜로디에 콘서트를 훈훈하게 데웠다.

10CM 곡들은 연애하고 사랑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혼자 이 공연을 보면 공허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0CM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혼자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부른 [스토커]에 얽힌 이야기 앞에선 팬들도 나도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권정열을 짝사랑하게 만든 여자를 만났기 때문인지 노래에 깊은 여운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정열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 곡을 이어 불렀다.

콘서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자친구와 더욱 끈끈해졌다. 후드티 굿즈도 입어보았다. 서로 어울려 미소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