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바라본 농원의 풍경은 아늑했다. 무척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매미 우는소리만 가득했다. 광복절 연휴 상하농원에는 가족 방문객만 눈에 띄었다. 사람들로 붐빌 줄 알았지만 꽤 적막했다. 무척 신이 났다. 하루 반나절을 이곳에서 뒹굴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당장 눈앞 텃밭정원에는 땅콩 잎이 파릇하게 웃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상하키친과 햄공방이 서 있었다. 검은색 벽돌과 빨간색 벽돌이 촌스럽지 않았다. 나무들 사이에 숨은 공방 건물들은 땡볕에 서서 사진 찍게 만들 만큼 멋들어졌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점심이었다. 배가 고팠다. 상하키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 운암동에서 두 시간… 말없이 뚜벅뚜벅 ‘고불길 탐방’
원래 계획은 오전 중에 여자친구와 이곳 상하농원에 도착하는 일이었다. 하필 시내버스에서 삼각대를 두고 온 걸 깨달은 바람에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출발해야 했다. 만일 광주 운암동에서 8시에 출발해 9시 20분 고창에서 구시포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탔다면 10시 20분쯤 상하농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상하농원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한 번 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자차로 ‘상하농원 주차장’이라고 검색하면 손쉽게 갈 수 있지만 문제는 걸어서 가는 경우다. 기차로 가려면 정읍역을 거쳐서 가야 하고 고속버스를 탄다면 고창터미널이나 정읍터미널에서 구시포를 거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주 운암동에서 출발했다. 고창까지 가는데 고속버스를 탔고 구시포에 갈 때는 시내버스를 탔다. 중간에 버스 배차가 맞질 않아 고창에서 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종합하자면 한 번 가는 데만 3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수월했다. 배차 간격이 딱딱 맞은 덕분에 저녁 5시 20분 상하공원에서 출발한 발걸음은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7시 15분 광주 운암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상하농원 앞 정류장은 102번 버스가 지나가는 곳이지만 정차 가능한 정류장이 아니었다. 농원에서 멋으로 만든 정류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집으로 돌아갈 땐 상하농원 앞 정류장에서 타지 말고 15분 걸어 구시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된다. 보도가 없으니 교통사고에 주의하며 걸을 것!
상하농원에 문의해 보니 웹사이트에 있는 정읍역 셔틀버스는 주말에만 운영한다고 한다. 이 버스는 하루 전 예약해야 한다고 하니 반드시 상하농원에 연락하기를 바란다. 고창문화터미널에서 구시포로 향하는 직행버스는 터미널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없어진지 오래”라고 한다. 따라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네이버 지도로 1시간 30분이라곤 하지만 실제 타보면 딱 1시간이 걸렸다. 시내 정취도 느낄 수 있고 버스 기사도 친절해 타고 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걸어서 가기엔 그저 먼
막상 가보니 즐거운 곳
걸어서 가려면
고창에서 구시포까지
시내버스로 약 1시간
농원까지 걸어서 15분
보도 없으니 다소 위험
이건 주의해야
농원 앞 정류장은 가짜
셔틀버스는 주말 예약
살아있는 농원의 맛, 토마토 스파게티와 돈가스
빨간 벽돌의 농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는 상하키친에서 점심을 먹고 반나절 촬영에만 몰두할 계획이었다. 막상 상하키친에 가보니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불도 꺼져 있어 어두웠다. 알고 보니 상하키친과 농원식당이 다음달 1일까지 통합 운영한다는 걸 농원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다. 여름방학인가 보다 했다.
살짝 배가 고팠다. 상하키친이 열렸다면 토마토&바질 제노베제 피자를 시켰을 것이다. 아쉽게도 피자는 없었다. 토마토 스파게티와 돈까스를 주문했다. 건물을 둘러보았다. 사각형 유리온실이 건물 지붕과 2층을 에워싸고 있었다. 정말이지 가족 단위의 방문객으로 가득했다. 상하키친까지 열렸다면 이곳 농원식당이 한적했을 것 같았다.
날이 몹시 더웠는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차라리 여자친구와 카페에서 브런치나 먹을까 싶었지만 음식을 받아 들자 농원식당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스파게티의 토마토는 신선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상품과 격이 달랐다. 고소한 치즈와 살아있는 토마토가 농원의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가스는 식으면 튀김 옷만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농원식당의 돈가스는 고기 그 자체만 남아 있었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갓 나와서 따뜻했고 바삭했다. 통 등심이라 씹는 맛이 재미있다.
멋들어진 벽돌 건물에
고풍스런 맛까지 더해
점심은 농원식당에서
바삭한 담백한 돈가스
생글 토마토 스파게티
씹는 맛이 즐거운 시간
곳곳 묻어난 시골 냄새
절제된 ‘시골의 흔적’
아이스크림 버스 타고
포토 스팟 즐기며 찰칵
한여름 목장 풍경
귀여운 아기 돼지 가족
우유에 몰려든 염소 떼
한여름 꿀잠 자던 젖소
퍼머스 카페에서 피서
커피 마시며 수분 보충
적절히 가꿔진 그래도 자연 속 농원
우리는 점심을 즐기고 농원식당 2층 유리온실에 올라가 봤다. 밭뙈기에는 고추가 심겨 있었다. 복슬복슬 자라던 고추 옆에는 바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마음 가는 대로 둘러보았다. 농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지붕에서 쏟아지는 채광 한편엔 조리실이 분주했다. 여자친구는 시골 할머니 댁 김치찌개 냄새를 맡았다고 한다. 시골 풍경은 농원 곳곳에서 묻어났다.
농원 중간에 마중물과 아이스크림 버스가 서 있었다. 여자 아이가 눈치를 보는 듯했다.
“먼저 하세요.”
아이가 힘차게 펌프질하자 물이 콸콸 쏟아졌다. 힘차게 솟는 샘물을 보며 시원함을 느꼈다. 체험교실 앞에는 큰 거미줄이 보였다. 건물 그늘 사이엔 개구리가 꼭 붙어 있었다. 상하농원 곳곳을 둘러보며 이곳이 절제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에게 해로운 자연 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보기 좋게 가꾼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언제든 귀여운 돼지 가족과 동물농장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우리는 육성목장과 강선달 저수지 수변데크, 동물농장을 구경했다. 양떼목장과 고인돌, 상하베리굿팜은 시간이 부족해 방문하지 못했다. 아쉬웠다.
육성 목장에는 양과 염소, 젖소가 살고 있었다. 날이 무척 더웠는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젖소와 염소가 가엾어 보였다.
언제나 배고프기 때문일까. 다른 방문객이 우유와 당근을 주려고 하자 염소와 양 무리가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어린 염소는 아예 우리에서 몰래 빠져나와 사람들과 어울렸을 정도였다. 아기 돼지는 언제 봐도 귀여웠다. 병아리와 젖소도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었다.
동물농장에는 말과 돼지 가족이 살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기 돼지는 사랑스러웠다. 팔 한쪽 크기만 한 작은 녀석이 꿀꿀댔기 때문이다. 사육사로 보이는 관리자가 아기 돼지를 한 손에 잡고 어디선가 온 연락을 주고 받았다. 아팠던 것일까.
파머스카페에서 음료도 마셨다. 가격은 다른 풀바셋과 다르지 않았다. 부담없이 쉬었다. 충분한 수분 보충 후 자리에 일어나 농원을 샅샅이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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