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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마감하면서] 볕, 방 안 가득 행운에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유의새노래 2024. 5. 14. 02:10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사람 평가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기가 센 사람들.” 이삿짐센터 직원의 평가입니다. 누구를 가리켜 한 말일까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며 한 걸음에 충남 보은에서 서울까지 운전한 시규가 찾아온 날이었습니다.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는 도중 경계심을 풀지 않고 “누구시냐”라고 물은 건 503호 오모 씨였습니다. “202호 방문 차량입니다.” 고개를 흔들며 피곤한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2년이란 시간 문정동에서 살며 느낀 인간상은 ‘돈에 미친 인간들’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전전(前前)직장으로부터 상사를 상대로 ‘해고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회사에 이르기까지 돈을 우선시하지 않는 인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루 최선을 다해 물건을 옮기는 분들을 앞에서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이사 비용을 아껴야 할 상황에서 웃돈을 더 얹었습니다. 식대까지도 챙겨드렸습니다. 누구와는 달리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한 행동이었습니다. 부디 돈의 망령은 문정동에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 마음 속 허(虛)함을 내려두고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대방동에서 첫 아침. 책상에 앉기도 전 저는 행운을 보았습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머문 볕을 본 겁니다. 창가의 햇살이 따뜻하게 책상에 머금은 걸 보고 감격했습니다. 이제는 기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