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읽씹만큼이나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태도란 아마 퉁명스러운 대답일 겁니다. 말붙이려 선톡을 날려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대답뿐이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말 한 마디 못 붙이게 냉대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분명 읽씹만큼이나 불쾌한 태도입니다. 저는 웬만해선 퉁명스레 대답하진 않습니다. 그런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퉁명스레 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걔를 속으로 ‘녀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겉으론 “~씨”라고 불렀지만요. 새벽까지도 카톡을 주고받고, 회사 가서도 일하기 싫다며 찡찡대기도 했으며,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심심할 때마다 점심도 같이 먹을 만큼의 가까운 관계였습니다. 처음 아이폰을 구매하러 애플 명동점에 갔을 때도 함께 했을 정도니, 뭐 상상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녀석은 말 걸 때마다 말 한 마디 일일이 대답해주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카톡 주고받을 때마다 “~!~!” 이렇게 대답해주기도 했고요. 맨날 “젊고 예쁜 사람이 신입으로 들어왔음 좋겠다”고 말할 때마다 “제발 못 생긴 오징어가 들어오라”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고요. 괜히 비오는 날 슬리퍼 신었다가 젖어버린 양말에서 나는 발냄새에 코를 찡그리기라도 하면 애써 아니라고 둘러대기도 했습니다. 반응이 웃기다는 것만큼은 찐이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제 안에서 참을 수 없는 장난 끼가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 겁니다.
녀석의 생일을 앞두고 잠수를 타버렸습니다. 적어도 “왜 축하 안해줘”라고 물어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장난이 도가 지나쳤나 봅니다. 며칠 지나 카톡을 확인해보니 저를 차단해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 하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서로 만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다 “설령 차단해도 나중엔 다시 푼다”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한 달 지나도 차단은 해제 되지 않더군요. 내 생일도 안 챙겨줬으면서. 싸가지 없는 녀석.
그래도 생일 한 번 챙겨주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물어보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가깝지 않아도 생일 정돈 챙겨주는 게 인지상정이죠. 서서히 멀어지고 싶었는데 생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멀어지게 된 건 비밀입니다. 아무리 가깝다 해도, 남녀 관계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 같습니다. 그러다 스리슬쩍 풀어놓은 차단은 안 비밀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나 왜 차단했어?” “엥, 차단 했었나? 쏘리.” 역시 싸가지 없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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