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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마감하면서] 소담한 저녁의 부활

자유의새노래 2024. 12. 30. 19:14

여자친구와의 저녁.

 

 

회사를 다녀오고 도착한 집은 언제나 어둠뿐이었습니다. 짙푸르고도 고요합니다. 주말이 되면 소리 없는 풍경에 어디든지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문정동 시절 저의 삶은 어둠 속 별을 바라는 소담한 꿈을 품게 했습니다. 


이번 겨울,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회사를 관두었습니다. 전례 없는 이직 한파에 저는 오래도록 쉬었습니다. 혼자 쉴 때와는 달랐습니다. 늦게 일어날 일도 없었고 배를 굶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규칙적인 삶을 살면서 에세이를 써 내려갔고 이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지친 몸, 더욱 축 늘어져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매일 밤이 두려웠을 겁니다. 매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막연한 공포감이 압도했을 겁니다.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는 스타벅스에서 짧든 길든 글을 집필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았습니다. 집에서는 함께 저녁을 해 먹었습니다. 집에는 온기가 돋았고 입맛이 살아났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담한 식탁에 매일을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제로 콜라를 마시면서 바깥양반의 여행기도 곁들었습니다. 가끔은 완성한 지면을 보여주면서 신문 브리핑도 하며 자랑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건 아니지만 엄청나게 놀라운 삶의 연속이 이어졌습니다.


혼자서라면 단 한 달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게으름과 나약함이란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을 테죠. 절망스러운 상황에 여자친구가 저의 등불이 되어주었습니다. 소담한 저녁의 부활은 불가능한 소원이 아니었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하며 하루 하루를 살다보니, 그저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이제는 제가 그 등불이 되어줄 차례입니다. 홀로 걸어갈 때 더 빨리 도착하겠죠. 그러나 함께 걸을 때 더욱 견딜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이 굳건해지는 걸 느낍니다. 이 신문의 글자들도 독자 여러분의 삶을 지탱해 주는 문장의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