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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현실논단

[현실논단] “올 것이 왔다”

입력 : 2018. 04. 11 | 수정 : 2018. 05. 31 | 지면 : 2018. 12. 18 | A30


이제는 체념했기 때문일까. “올 게 왔다”는 마음뿐이다. 지난 10일, JTBC 뉴스룸에서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했다(2018. 4. 10).


   경찰은 이재록 씨를 출국금지 조치했고, 피해자들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JTBC는 피해자 진술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20대 초반에 이재록 목사가 성폭행했다고 진술했고, JTBC는 이재록 씨가 무려 30년 전부터 여러 명을 성폭행 해왔다고 보도했다. 30년이란 기간이라면,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제명당한 시기(1990)와 비슷하다.


   결코 ‘목사’ 이재록이 중간에 타락했다거나 변질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0년 전부터 가르쳐온 교리에 의하면 그러하다. 이재록 씨를 비롯한 만민중앙교회가 가지고 있는 천국의 개념은 일반 개신교회와 ‘상당히’ 다르다. 이들의 천국은 ‘목자의 성’이며 목자의 성 본체 안 2층과 3층 사이에 개인 성(城)이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이 영안을 열어주셨다고, 3D로 만든 목자의 성은 으리으리하다. 성서에도 없는 ‘개인 성’이란 개념을 도입해 교인들을 현혹했다. 아예 ‘목자의 성’이란 노래를 작사, 작곡해 부를 정도면 말 다한 셈이다. 유독 만민중앙교회는 당회장 이 씨 신격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과하다’, ‘너무하다’도 아닌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돌 담론에서만 볼 수 있는 ‘굿즈(가수 이미지가 들어간 물건)’를 교회에서 본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


   만민중앙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앙은 이재록 씨 중심으로 이뤄져있다. 이재록 씨가 영의 세계를 보면 이를 중심으로 설교를 하고 교인들은 그 설교에 “아멘”하는 구조다. 이재록 씨의 안수를 받고 천국과 지옥을 구경하는 정도이니, 만민중앙교회가 영의 세계를 강조하는데엔 이 씨의 강한 리더십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재록 氏 성폭행 의혹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다


20년 전부터 교리 문제

보통 개신교회와 달라


목사 중심으로 권력 在

현실 회피하는 교인들



   예배 실황을 보면, 찬송을 부르는 와중에 이 씨의 사진이 방영되는가 하면 ‘눈’에 관한 노래를 부르면 강아지와 뛰어 노는 영상이 재생된다. 실제 예배 시간에도 방영한다면 충격적인 일이다. 북한에서 할 법한 방송 기법을 도입했다는 이야기다. 설령 예배 생방송 도중에 재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잘 알지 않은가, 성서 어디에도 이들이 믿는 천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톰 라이트는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의 나라’에서 인간의 사후에 관심을 가지는 행위를 강조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을 ‘통한’ 구원에 초점을 맞춘다. 재림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교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대개 사후 세계에서 누릴 복락이거나 극단적 세계를 회피하는 자세다.


   지옥을 강조하고 심판을 중세시대 모습과 다르지 않게 강렬한 이미지로 그리는 이들 특징은 단순하다. ‘지금, 여기’를 회피하는 자세다. 세상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지구일 뿐이다. 이곳을 지옥으로 그려낼 필요도, 천국으로 미화할 필요도 없다. 현실을 보려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다.


   교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닐 거라 믿는 게 아닌가. 1999년, MBC PD수첩은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을 보도한 바 있다. 법원은 방영 전 날, 이재록의 성문제 등 사생활을 보도하지 말 것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추문 부분은 증거와 증언이 모순되고 일관성이 없으며 객관적 소명자료가 부족하여 성추문을 믿기 어렵고 방송시 큰 피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터진 성문제는 다르다. 일관성 있으며 구체적이기까지 하다. 목사를 견제할 구조도, 근거도, 의심도 없었다. 단지 목사를 믿었을 뿐이다.


   지금 교회는 아니나 다를까, 1999년 5월 1일, MBC 습격 사건과 다르지 않은 양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JTBC를 상대로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법원이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아야 한다. 오늘 JTBC가 이 씨 성추문을 또, 추가 보도할 것임을 밝혔다. 전말에 관하여서 언론을 통해 사회 단면을 보아야 한다. 교회 내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행사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교회 내에 가난하지 않은 자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