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버린 동네에서 수지를 찾는다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소년이 수지를 찾아 헤맨다. 수지를 찾기 위해 마주치는 구지구 사람들과의 섬세한 관계가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이 수지를 찾아야 한다는, 꼭 찾았으면 하는 바램마저 잊어버리게 만든다. 이 소설 마지막에 이르렀을 땐 수지를 찾았는지 여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어느새 마음 속 여민, 소년의 마음과 잔잔한 독백이 누구보다 수지를 아끼고 사랑했음이 드러나 가슴 애틋해진다. 가난을 낯설게 생각지 않고, 상처가 아닌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자각 속에서 묵묵히 견디어내는 소년이 어른으로 보였다. 다리 저는 수지를 좋아하는 애틋함도 어른보다 더 어른다움이 아닐까. 햇빛도 들지 않는 삼호연립 지하 102호 수지가 뒹굴던 퀭한 바닥, 누워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수지를 생각하는 소년을 그릴 때마다. 사랑하니까 기억하고, 사랑하니까 아낀다는 말을 가늠해본다.

[단편소설] 너에게 맞설 수 있는 치트키
[작품 해설] “너와 연결된 신문을 지키려 내가 할 일이야”
퍼피레드에서 열린 결혼식, 버뮤다 순복음교회의 이야기
“어둔 교회서 눌러 적은 눈물의 고백, 지금도 기억합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미니파크로 놀러오세요!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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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내 맘대로 교회 탐방] 여의도, 영산(靈山)의 진해지는 그림자: 여의도 순복음교회②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돔 예배당만이 전부가 아니다. 매 일요일 국회대로 가득 메운 인파 속을 헤집고 예배당에 도착해 남는 시간 주보를 읽노라면 오늘 설교 할 조용기 목사 설교 제목이 가장 눈에 띈다. 사회자의 시편 낭독. 손을 휘 저으며 찬송가 부르는 지휘자. 10분 남짓한 장로님 기도. 성경봉독, 성가대의 찬송 순서가 지나 예배는 하이라이트에 다다른다. “옆에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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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내 맘대로 교회 탐방] 여의도 순복음교회 주보, 현대적 시스템은 예배를 거들 뿐 주보 1면은 거대한 빨간 벽돌이 돋보인다. 간단히 ‘주보’라 쓰인 용지 상단에는 ‘원로목사 조용기’ ‘담임목사 이영훈’ ‘부목사 이장균’이 있으나 조 목사 사후에는 위임목사 이영훈, 부목사 순으로 바뀌었다. 제일 위에 ‘설립자 조용기 목사’ 문구가 들어간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예배 전 찬양팀이 찬송가를 부른다. 성가대와 다른 개념인 찬양팀은 밴드형으로 구성한.. 더보기
지애문학
그날 밤 연락하지 않은 건 자존심 따위를 지키려는 게 아니야
옛날 일들이 떠올랐다. 갑자기 떠오른 일들에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휴우증은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오르는 걸까. 아닌 것 같다.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분명히 뺨을 때리고 말았을 거다. 불쾌감, 적의, 분노, 배신, 파괴, 한순간의 말들로 사랑했던 그 사람과의 모든 기억이 얼룩지고 말았다.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새로운 친구’ ..
더보기#객관적상관물
자유의새노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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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의를 생각한다 10년 전 화두는 정의였다. 경건한 삶 중심으로 신앙적 삶의 태도를 정의로 본 것이다. 그 시대는 현실세계보다 내면세계를 강조하던 그런 시기였다.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는 신앙의 삶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높은 도덕심을 요구했다. 높은 도덕심은 ‘구별된 삶’이란 근거로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할 용기를 안겼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와의 완벽한 분리였다. 교회와 사회의 분리는 단어로도 명확히 드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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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학교폭력/디지털 성폭력/무관심’은 나쁘다”:『학교 안에서』 학교 안에서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0쪽 | 1만1천원 소설을 좋아하면서 바뀐 시선이 있다. 글줄이 길면 이걸 어떻게 상상하며 읽어야 할까 부담감이 앞선 나머지. 인물 묘사, 심리, 상황과 배경을 녹여낸 글줄이 싫었다. 잘 썼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예의 갖춘 독백을 접하며 부담감은 기대로 바뀌었다. 구매할 책을 고를 때, 대화보다 글줄을 들여다보는 이유다. 얼마나 글줄이 아름다운지를 먼저 살핀다. 도입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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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같은 노동 착취… “한국 사회 문해력을 묻는다”:『임계장 이야기』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60쪽 | 1만5천원 어쩌면 이 손님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 없이 바코드를 찍어댔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완전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는 말해둔 상태다. 다음 근무자를 구하기 전까지만 일하기로 돼 있었다. 정확히 일주일. 일주일 만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어진 사장의 말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그건 네 사정이고!” 반년에 가까운 시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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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전동 재개발 구역에서 들려오는 네 울음 소리:『구달』 구달 최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 1만1500원 달빛이 비치는 재개발 구역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름을 구달로 정한 게 아니었을까.(246,1) 노란색 구달의 달빛으로 물드는 표지를 쓸어내렸다.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듣고 싶어 귀 기울이는 달이를 상상하며 한 페이지 넘겼다. 언제부턴가 달이는 알 수 없는 소릴 듣게 됐다. 365마트 할머니 손자 강문이의 흔들리는 치아 소리(39,2)에서 걸어가던 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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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外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뛰어다니는 회사 위에 날아다니는 MZ 세대 있다. ○시간의 테두리 바깥에서 여름이에게 달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이 서글픕니다. ○이름도 되찾고 나 자신도 되찾고, 그래서 역겨운 과거의 아이돌. 우리도 그때가 부끄럽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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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서원 지키려 숨 죽여 기다려 온 산바:『멧돼지가 살던 별』 멧돼지가 살던 별 김선정 지음 | 문학동네 | 184쪽 | 1만1500원 한순간 져버린 열여덟 生 국가적 폭력이 빚어 만든 비참히 남은 마음의 상흔 그리고 말없이 떠난 악인 폭력성 주의 잔인한 아버지의 폭력에 눈을 감고 싶었다. 도무지 읽기 어려웠다. 이빨이 딱딱 거리는(33,5) 소녀 유림에게 가감 없이 주먹질 해대는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멍자국을 내주고 싶었다. 힘을 가진 아버지는 힘없는 딸을 내치고 이용해 먹..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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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어른인 사춘기 소년들 입에다가 토마토 된장찌게나 물리자고:『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범유진 지음 | 탐 | 192쪽 | 1만1천원 존댓말하는 어른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로 어린 사람 대한다는 건 한 가지 전제를 담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바라본다는 점. 그런 어른에게는 상하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월하고 열등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모자란 부분을 알기에 가르치지 않는다. 어른들은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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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다시는 부활하지 않았어도 향린교회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예배당 침탈을 당했을 때의 일이다. 교인들은 향린교회 바깥 어두운 골목길에서 초라해 보이는 고난주간을 보내야 했다. 찬송가 147장 ‘거기 너 있었는가’ 힘없이 부르는 침참속 교인들 풍경이 낯설었다. 낯선 것은 예배뿐만이 아니었다. 기도하는 신자 분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십자가도 없이 싸늘하게 식은 저 예배당 안에서 홀로 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