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쉬고 싶었기에 무심결에 떠오른 그 도시 ‘여수’
[문화섹션 나우 지금,여기] 자정 넘은 시간 바다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KTX역에서 바다까지 가까운 탓이다. 여수엑스포역은 숙소로 이동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긴 밤 새벽비가 내렸다.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아침 10시였다. 날짜를 잘못 정했나 싶었다. 광활한 하늘을 담기엔 흐릿했다. 무채색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숙소를 나섰다. 첫 행선지는 돌산공원이다. 여수 봉산동에서 돌산공원까지는 걸어서 40분 걸린다.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걸을만했다.
오피니언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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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주마등] 달달한 편의점 모찌롤 케 ― 잌 편의점 구석 한 편. 의자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잠은 푹 자둔 상태다. 사장님은 이것저것 지시사항 가리키고서는 퇴근했다. 그렇듯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로 응축된다.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신문이나 책 읽다가 심심하면 글 좀 쓰면 된다. 자정까진 손님만 스무 명 남짓. 피곤함만 빼면 꽤 괜찮다. 벽면 화이트보드엔 ‘해야 할 일’이 빼곡했다. 그닥 복잡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청소, 선입선출. 물류도 없어서 청소 때만 바짝 일하면 된다. 종이컵에 믹스 커피 따르고 자리에 앉았다. 편의점 조끼에 배인 내 체취가 비 냄새에 가려졌다. 비 냄새라. 다소간에 불편해질 것 같다. 박스는 사장님이 준비해두셨을 테고. 발자국이 묻기 전에 깔아두면 될 텐데. 움직이기는 귀찮고. 어제는 몇 명쯤 왔을까.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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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지금,여기] 사라진 촉각 되살리는: 「조각충동展」① 코로나가 유행하며 사라진 감각은 냄새와 맛뿐만이 아니다. 만지는 감각, 촉각(觸覺)도 사라졌다.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거나 안아주기보다 멀찍이서 바라보는데서 끝나는 상황이 2년 가까이 이어졌다. ‘조각충동’에 향한 관심도 잠시 잊힌 촉각이 떠오른 탓이다. 북서울미술관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조각충동’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품 수는 모두 66점으로 참여한 작가는 17명에 달한다. 언론에서는 젊은 작가들 특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작품 앞에 서보면, 작가들 나이보다 일반인 입장에서 생각지 못한 다채로운 표현 방식에 놀라게 만든다. 단지 존재 그 자체로만 서 있던 물건에서 이름과 의미를 갖춘 작품으로 세워지기까지 작가들이 고민한 발걸음을 되짚고 싶어진다. 조각의 의미를 묻는다: [공공조각파일] [어린이 조각가].. 더보기
지애문학
[지애문학] 떠난 네 등 돌아보지 않은 이유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라느니, 자존감 챙겨야 한다느니 같잖은 소리 허공에 붕 뜬 채로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 말장난들은 현실 앞에 서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뿐이다. 사랑한다던 말도 그랬다. 촉이라는 걸 느꼈기에. 애써 외면하려던 결과가 허무감으로 돌변할 때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을 온몸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날 감정 쓰레기통으로만 생각했던 그 애가 보고 싶지 않았으므로. 온갖 명분 끌어다가 필요할 때만 찾는 걜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외로움 따위 견뎌내기 어려워서 다시금 입술에 담는 내가 미웠다. 따라서 외로움은 견디기 어려운 과정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경험할만한 그런 것, 인간이라면 언제든지 속절없이 견뎌야 하는 것. 딱 그쯤으로만 생각했다. 내 앞에 퍼지는 물결을 감내해가며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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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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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여수·순천 발 디딘 곳 어디든 맛집… 오늘은 국밥, 내일은 횟집 연결기사 [지금,여기] 퇴근 후 여수 광장국밥 중앙로터리에서 횡단보도 건너면 구수한 입맛 돋우는 국밥으로 OK 역전횟집 순천역에서 역전시장까지 도보 5분 혼자 먹기엔 푸짐한 1인분 모둠회 슬슬 배가 고팠다. 든든한 국밥이면 오후에도 쉼 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장국을 검색했다. 먼저 눈에 띈 서울해장국이 끌렸다. 가봤지만 사람들로 가득해 들어가지 못했다. 건물 반 바퀴 돌 때쯤이다. 빨간 간판이 눈에 띄었다. 광장국밥: 쫄깃한 비계가 어우른 돼지국밥 무난하게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9000원. 고추를 썰어 파처럼 뿌린 비주얼에 처음엔 매울 거라 생각했다. 고추는 덜어내고 먹어도 맵거나 하지는 않았다. 수육이 최고였다. 적절한 비계와 고기 맛이 고소해서 한 숟갈 뜰 때마다 마음이 즐거웠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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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퇴근 후 여수 찢어발겨버린 지면발행계획 홀로 조용히 쉬고 싶었기에 무심결 떠오른 그 도시 ‘여수’ 카톡이 왔다. ‘기자님 혹시 화나시는 일 있으세요?’ ‘오늘 때려칠겁니다 진짜’ ‘ㅠㅠ 무슨일입니까ㅠ’ 오늘은 정치부다. 사진도 없이 달랑 원고만 들어온 것이다. 슬슬 화가 치밀었다. “사진은 박 뭐시기 부장한테 있다고 하던데요?” “아 박OO 기자요? 알겠습니다.” 한숨과 함께 돌아오는 길 일일지면발행계획을 찢어버렸다. 후. 욕이 절로 나왔다. 가판마감까지 30분도 채 안 남았는데 뭐 어쩌고 어째? 오늘만 버티면 휴간데 어림도 없었다. 마음대로 이뤄지는 것 하나 없었다. 부랴부랴 사진부에 요청해 파일을 넘겨받았다. 일단 마감이란 큰 불을 껐다. 어떡해서든 만들어낸 지면신문, 매번 이런 식이다. 당직자와 퇴근하려던 참, .. 더보기
- [알립니다] 지면신문 서비스를 확대합니다 비공개 신문도 일부 공개 가능한 면까지 선보이겠습니다 본지는 이제껏 공개 신문(섹션 B·C·D)과 비공개 신문(섹션 A)으로 분리해왔습니다. 섹션 A에는 공개 가능한 기사도 있음에도 모든 면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에는 사적 영역에 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오늘부터 공개 가능한 섹션 A의 일부 기사도 볼 수 있도록 지면신문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공개 불가능한 기사의 경우에는 흐릿하게 처리해 게재하겠습니다. 완성하지 않은 지면도 보여드립니다 본지는 완성한 신문만을 지면신문 서비스를 통해 제공해왔습니다. 1인 신문 특성상 한 해에 많은 호를 발행할 수 없기에 기사의 호흡이 깁니다. 기사가 디지털판과 지면신문에는 실렸으나 완성하지 못한 이유로 공개가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성하지 않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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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제22호 55판 지면신문 담원 2023년 9월 26일 화요일 발행 예정 (총면수 : 40면, A32면, B8면) 1면 A1 [종합] · [NEWS!WAVE] 그저 파괴적인 내 사람 정치 · 어머니는 지금이 ‘은혜의 계절’ · 脫기독 시동에… 버뮤다순복음 공교로운 재건 · 잇따라 쏟아지는 비판에 ‘제로정책 1.0’ 멈추려나 · 물갈이된 외교 교육라인 부활 · [바로잡습니다]‘고마운 이름들’ 오보 관련 · [자유시] 내 사람 아닌 남의 사람도 아닌 外 2-3면 A2-3 [종합] · 한 시가 급한데… “재택 가능해요?” 2시간 기다리다 OO이 퇴근 명령 · ‘무능 경영’이 초래한 1시간 40분 공백 · 문제는 巨野가 아니라 ‘O’ 본인 · 7일간 외부 일정 전혀 없었다는데 사내에서 집단 감염 가능성 ‘유력’ · 단순 감기라기엔 ‘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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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추정 아이피 28개,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 무단 접속 中 등 해외 아이피 28개, 23만여 건 접속 시도 획득한 정보로 마구잡이 로그인하려다 들켜 한국고용정보원 “사이트 자체 해킹은 아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이 해커로 추정되는 세력으로부터 무단 접속을 당해 해당 아이피(IP)를 차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등 해외 아이피 28개가 23만여 건을 무단으로 접속 시도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6일 “신원 불상자가 사전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정보를 이용해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시도했다”면서 “로그인 시도 정황을 포착한 즉시 해당 아이피 접근 차단을 실시했고 유출이 의심되는 고객에게 문자메시지(MMS)와 이메일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해커가 개인정보를 유출한 방식은 ‘크리덴셜 스터핑’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방식은 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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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속기록] 네 삶 속으로 지상천국에 숨겨놓은 욕망들 폼만 잡고 신의 이름만 되뇌니 신이니 정의니 저 세상 타령만 그 무엇이 속일지라도 현실로 불가지론자인 내 취미는 기독교인 관찰이다. 한국에서 꽤 많은 종교인을 보유한 개신교는 다른 종교와 다르게 사람들이 다채롭다. 시간 순으로 나열하자면 상고적 토테미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부터 우주를 뚫고 신과 한판 승부 보려는 이들까지 광활한 경계가 흥미롭다. 개신교인 분류 속에 다시 샤머니즘과 현대 기독교로 나뉜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넓디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까’ 관찰한다.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는 전문의도 대상이다. 처음엔 교회 집사나 장로라고 짐작했다. 책장에 가득한 조직신학서, 성경책, 컴퓨터 화면 속 숨은 신학 논문까지. 어쩌면 목사일지 모른다. 지하 약국..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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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민교 후신 이희진·이희선, 아무나 목사하는 시대 PD수첩이 방영한 ‘쌍둥이 목사의 비밀 사업’에는 기가 막힌 장면이 나온다.(2023.05.30) 사이비 만민중앙교회 당회장 이재록 등신상에 절을 하는가하면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식에 참여한 신도에게 “주일이 네 날이냐” “독립투사들은 아빠가 죽어도 울지 말고 열심히 나라 지키라고 하고 죽으러 가”라고 폭언을 일삼는 장면이 방영된 것이다. 이들 정체는 만민교 후신으로 거론되는 이희진·이희선이다. 그루밍과 교리를 활용해 신도에게 성폭력을 가한 교주 이재록은 2019년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6년 형을 선고 받았다. 이재록 범죄 행각이 드러나자 교회는 두 개의 계파로 갈라졌다. 이 교주 딸 이수진 당회장 직무대행 계열인 사택파와 쌍둥이파로 알려진 이희진·이희선 계파로 나뉘어 충돌을 빚었다. 두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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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 밥 길 지음 | 민구홍 번역 | 워크룸프레스 | 176쪽 | 2만2000원 예쁘다고 다 잘한 디자인일 순 없다. 눈길 이끄는 디자인이 상품성도 강한 것처럼 예쁜 디자인은 필요하다. 허나 정지 표시의 표지판에 꽃 그림이 화려하게 들어갈 필요는 없다. 빨간색 배경에 테두리 흰 선, 딱딱한 고딕 글자로 구성한 ‘정지’와 ‘STOP’은 밋밋해 보여도 멈추라는 정보를 그대로 전달한다. 디자이너 밥 길(Bob Gill)은 알고 있었다. 디자인은 화려하고 예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점. 정보 전달에 충실할수록 디자인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예쁜 것과 유행에만 매달렸다. 의사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