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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왜 명성교회를 내치지 못하나

입력 : 2018. 10. 09 | 수정 : 2019. 01. 09 | 디지털판

후임자가 없던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누가 이 큰 십자가를 지겠냐”며 걱정했다(2017. 10. 29). 걱정은 변칙 세습으로 말끔히 해결됐다. 2014년, 명성교회에서 독립한 김삼환 아들 김하나 목사는 교회에서 5㎞ 떨어진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했다(2014. 3. 8). 잠잠하던 세습 논란은 김삼환 목사가 명성교회를 은퇴하며 잠잠해지는 듯 했다. 후임자를 물색하던 명성교회 청빙위원회는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끄집어 내 후보 자리에 다시 앉히며 논란을 점화했다(2017. 3. 7). “아들은 (후임)후보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던 김삼환 목사의 발언(2015. 12. 29)이 무색해졌다.

당회는 한술 떠,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의했다(2017. 3. 11). 기업에서나 볼만한 합병이 교회에서 일어난 셈이다. 동 교단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회와 교수들이 반발했다. 명성교회는 공동의회를 개최해 안건을 표결에 붙였다. 합병은 72%, 청빙은 74%로 찬성했다(2017. 3. 19). 반대 의사도 듣지 않았으니 그야 말로 속전속결이다. 교단은 조용했고, 노회는 김하나 청빙 안을 통과시켰다. 노회의 결정에 반발한 목사 538명은 서울동남노회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교단 총회 재판국에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김하나 목사는 예정이라도 한 듯, 새노래명성교회 담임목사 직을 사임했고 2017년 11월 12일,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한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이 부르짖은 “세습은 무효!”가 틀어 막혔고, 장신대엔 뜬금없는 동성애 논란이 불어 닥쳤다.

총회 재판국은 8:7로 명성교회에 손을 들어주자(2018. 8. 7),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목사들은 청빙이 민주적이었다는 재판국 판결을 총회에서 따지겠다고 했다. 통합은 헌법위원회 해석을 두고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세습금지법에 해당하는지 투표를 진행했다. 교단 사상 첫 무기명 투표였다(2018. 9. 11). 헌법위 해석에 찬성 511, 반대 849, 명성교회가 패했다.  참다못한 김삼환 목사는 새벽 예배에서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리려 한다”고 발언했다(2018. 9. 13). 기상천외한 정신승리다.

이 정도 불복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명성교회를 제명하거나 치리해야 하지 않나. 재판국을 비롯한 총회 역시 명성교회를 단칼에 내쫓지 못했다. 교단 헌법을 지키지 않을 거면 교단을 나가면 된다. 명성교회가 도덕, 신앙적이지 못하다며 비판한 근거는 교단 헌법이다. 명성교회가 교단을 나오면 세습을 하던 무엇을 하던 비판할 근거가 서지 못한다. 명성교회 세습 앞에 두 목소리던 통합 목사들은 유독 동성애 앞에선 한 목소리가 됐다. 교단 신학교인 장신대 임성빈 총장에게 사상검증을 위시한 반동성애 발언을 유도했다. 그리고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낙인찍었다.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사회는 이미 명성교회 문제를 밥그릇 싸움으로 본다. 한국 교회는 교회 안에 얼마되지 않는 않는 동성애자를 악으로 규정해 하나가 됐다.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무지개 깃발을 든 장신대 학생들을 징계했다(2018. 6. 26). 기겁할 집단적 폭력이 멀리 있지 않다. 세습에는 벌 떼 같이 일어나 명성교회를 팰 땐 언제고, 헌신 페이를 강조하며 야간수당조차 챙겨주지 않던 소망교회에는 침묵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명성교회가 무서운가. 합동보다 세력이 약해 질 걸 두려워하나. “오직 예수면 다”이지 않은가. 왜 이럴 땐 예수 이름으로 거대 자본을 가진 교회를 내 쫓지 못하고 동성애 카드로 학생들에게 칼날을 휘두르는가. 이제 우리 사회는 동성애 혐오, 모 단체가 퍼뜨린 가짜 뉴스를 기점으로 한국교회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양상이다. 누군가를 이단이자 문제 단체로 낙인찍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학교에서 버림받은 징계자와, 교회서조차 내몰린 동성애자를 보듬어 안은 임보라 목사의 상처를 어르지 않는 이상. 가까운 시일,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혐오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