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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지금도 綠林靑月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입력 : 2019. 12. 01 | A7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시간 여행을 떠나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세계에 발을 딛곤 한다. 9년 전 ‘감옥살이 기도원’ 이름으로 방영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지금에까지 격노하는 이유엔 현재도 한국교회 안에 만연한 범죄를 뉴스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오 모 씨는 고독하게 숨진 채 발견됐고 시체조차 거두지 못해 무연고 사망자 처리되고 말았다.

경찰이 들이닥친 기도원 풍경도 속 시원했지만. 더욱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 장면은 “나가고 싶으세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앞치마를 버리고 점퍼 하나 챙겨들고서 그곳 파주 소망기도원을 빠져나올 때다. 피해자 할아버지는 긴 복도를 지나는 동안 단 한번 뒤 돌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교인을 죄인으로 만들고 집단에 복속하게 만든다. 자신들 주장이 옳다고 입증하는 방식이 기가 막힌다. 성경이 옳으므로 성경대로 사는 삶이 옳다고 믿는 순환논리다. 집단 논리가 더해지면 강력해진다고 믿는다. 동성애도 교회세습도 배제의 정치도 아직도 지구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고 믿는 꼴이다. 자신은 용서받은 죄인으로 만들고 타자를 죄인으로 만들어 교회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교회를 나오자 연락 끊고 관계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청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삶을 바치듯 충성한 이들에게 돌아온 결과는 배제였다.

녹림청월(綠林靑月)도 타인을 악마화하기 바빴다. 자신들이 아끼던 만화 캐릭터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작가를 상대로 인격 모독으로 소송 걸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정작 자신과 상관없는 타 캐릭터를 좋아하던 회원들을 바보 취급했다. 필명 대한제국이 카페 공간을 벗어나기 한 달 전부터 여론조작을 준비했다. 댓글공작계획이다. 주력 1과 2로 나눠 총 여섯 단계로 정리한 계획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댓글 조작을 준비했음을 알게 한다.

2011년 이들 행적을 지적하자 글 삭제와 사과를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조차지지 않은 것이다. 안부게시판에 작성한 한 명의 사과는 이내 사라졌다. 고소를 무서워하다 아무 일도 없자 은근슬쩍 지우고 만 것이다. 그러나 녹림청월을 상대로 항복한 13년 전 필명 대한제국은 어리석은 공간을 빠져 나오며 해방을 맞이했다. 패배의 역설적 해방인 것이다. 교회를 빠져 나오면 지옥에 간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사회는 그런 기독교인 만의 천국에 간다면 지옥에 갈 거라고 농담한다. 그런 천국보다 지옥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담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론은 한 가지에 도달한다. 비정상 구조 자체를 나올 용기다. 시민들은 한국교회가 멸망의 가도를 걷는 이유에 사탄의 공격을 고려하지 않는다. 망한 이유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비공개란 장막으로 가리운 녹림청월의 유구무언(有口無言)도 당연하다. 스스로의 행적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상이 아님에 정의를, 끊임없이 해방을 외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