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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러블리즈덕질일기

[비파와 소고] 팬덤은 너의 존재를 묻는데, 엔터사는 존재론에 응답 않고

입력 : 2019. 11. 21 | 수정 : 2019. 11. 21 | C3

 

 

‘미주’ ‘생일’ ‘러블리즈’ ‘콘서트’. 본지가 미주 메시지북과 올웨이즈2 후기북에 제출한 원고 총 181,754자를 텍스트 마이닝(text-mining)으로 분석했다.


텍스트 마이닝은 많이 언급한 단어와 적게 언급한 단어를 추출해 언급이 많을수록 크게 배열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기법이다. 자료로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러블리너스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말했을까.


메시지북은 ▲미주(528) ▲생일(118) ▲러블리즈(107) ▲축하(79) ▲누나(74) 순이고, 후기북은 ▲러블리즈(497) ▲콘서트(473) ▲많다(361) ▲정말(260) ▲좋다(254) 순이었다. 순위에는 ‘축하하다’ ‘사랑하다’ ‘많다’처럼 동사와 형용사가 차지했다. 텍스트 마이닝으로 시각화해도 시각화한 자료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지는 자주 사용한 단어를 직접 추출해 유형별로 분석했다.

 

러블리너스는 존재를 말했다/가장 많은 언급, “미주” “러블리즈” “콘서트” 러블리너스는 미주를 미주라고 불렀다. 러블리즈를 러블리즈라 부르며 호칭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많다’ ‘좋다’ ‘함께’를 분석하며 생각보다 강한 아이돌─팬덤을 느낄 수 있었다. 연결된 존재. 과거, 현재를 넘어 미래도 함께하길 바라는 소망도 함께했다. 러블리즈가 ‘타자’일까? 이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춰 성찰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간증문과 유사한 내러티브를 지녔다.


①메시지북: 미주와 러블리너스
너무(74): 17번 부사 ‘너무’를 사용한 맥락은 주로 미주가 예쁘다는 표현에서다. 미주가 귀엽다고 표현할 때 “너무”를 사용했다. 예쁘다는 상태를 표현할 때도 사용했지만 미주의 존재 자체를 좋아할 때도 12회 가량 “너무”로 표현했다. 고맙거나(8), 생일 축하할 때(6)도, 미주가 팬덤을 즐겁게 할 때도 “너무 즐거웠다”(10)고 고백했다.


사랑하다(73): 미주를 사랑으로 정의하기도 했지만(7), 48번 미주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미주가 팬덤을 사랑할 때 사랑이란 단어로 표했다(5).


많다(67): 어려움이 많다는 토로도 있었다(13). 심정적 고백인 것이다. 미주의 장점이 많다(4)는 담백한 고백과 함께, 많이 좋아하고 사랑할 때도 “많다”를 사용했다(6).


항상(66): 응원이 많았다(22). 그저 내뱉은 응원이 아니다. 팬으로서 함께하자는 응원. 미주에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미주의 상태를 표현도 많았다. 미주가 매력적이라는 칭찬을 곁들 때 “항상”을 사용했다. 예능에서 엉뚱발랄하고 때론 상큼해서 즐거웠고, 항상 밝게 웃거나 최선을 다해 같은 자리에 선 미주를 칭찬을 건넨 메시지였다.


우리(64): 그래서 “우리”는 항상 미주, 러블리즈와 연결된 존재로서의 “우리”다(25). “우리”는 추억을 공유하고, 기억하며 함께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응원한다. 때론 미주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존재다. 기독교적 서사와 맞닿는 단어인 셈이다. 자기 자신을 러블리너스로 지칭하는 “우리”도 있다(18). 미주 생일 메시지북인 만큼 “‘우리’ 미주”, “‘우리’ 크앙이”로 표현했다(21).


정말(59): 그런 미주에게 “정말” 고맙다(11). “정말” 매력적이다(10). “정말” 생일을 축하했다(9).


좋다(57): 미주 존재 자체가 좋듯(20), 미주가 좋아하는 상품이나 존재를 언급했다(13). “좋다”는 오브제를 통해 타자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런 미주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13).


힘(54): 러블리너스는 미주를 걱정했다. 미주가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무대 준비하느라 어려울 때도 있을 텐데. 팬덤은 이를 두고 걱정했다(21).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도 있지만(12), 미주 덕분에 힘이 나기도 한다(14).


마음(53): “마음”은 미주에게 영향을 받는 심장과 다르지 않았다(18). 미주를 향한 마음, 감사한 마음, 축하하고 응원할 때도 마음을 다했다. 미주가 아프면 마음이 찢어지기도 했다. 


함께(50): 러블리너스와 러블리즈는 뗄 수 없는 공동체다. 미래를 기약한 맥락에서 “함께”를 다짐했다(28). “함께”한 그 시절을 회상하며(7).


고맙다(43): 미주의 존재가(26), 웃음을 줘서(11), 힘을 주고(5), 팬덤을 생각해줘서(2) 고마웠다.


매력적인 미주를 좋아한다
팬덤의 好, 미주의 好를 거론
호불호 강한 특성 기인한 듯
때론 미주가 힘을 주기도 해

연결된 존재, 러블리즈·팬덤
콘서트 통해 위로 받은 팬덤
시간 조차 러블리즈와 함께
서로의 존재를 묻는 아이돌


②후기북: 러블리즈와 지금을 살아감
많다(361): 러블리너스는 “많은” 힘을 얻었다(33).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라고 하지 않은가. 무대 앞을 뛰면서 힘을 얻고, 일상에 속상했음에도 힘을 얻었고, 휴덕하다 콘서트를 기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수고 “많았다”는 메시지도 많았다(22). 응원 중인 러블리너스를 보고 “많이”도 놀랐다(20). 응원법을 동사로 사용하는 팬덤은 러블리너스가 유일하다. 무엇보다 가장(13) “많이” 놀란 건 예상치 못한 콘서트 순서였다(36). 아이돌로지 영상을 통해 콘서트 대행 관계자가 직접 커뮤니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피드백을 입수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팬덤을 놀라게 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을까.


정말(260): 무대가 좋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48). 특별히 선보인 유닛무대(26)와 응원한다는 메시지(21)에 “정말”이란 수식을 사용했다. 꿈꿀 만큼, 눈물 날 만큼, 좋은 추억으로 남아 행복했다(17)며.


좋다(254): 콘서트 그 자체가 좋았다는 고백(24)과 함께 러블리즈를 바라만봐도 좋다던 팬덤의 고백(50)은 러블리너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물론 곡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도 주를 이뤘다(39). ‘러브게임’ ‘샤이닝스타’ ‘놀이공원’처럼 콕 집은 경우다.


우리(181): 역시나 팬덤은 러블리즈와 연결된 존재로서 “우리”를 말했다(58). 그런 러블리즈는 러블리너스에게 다가와 영향을 끼쳤다(32). 지수의 고백이 그랬고, 케이의 마음이 “우리”로 지칭하게 만들었다.


시간(95): 러블리너스는 러블리즈와 함께 지금, 여기를 살아간다. 현재를 지칭하는 시간이 과거와 미래에 비해 다소 많았다(22). 콘서트에서 행동한 내용을 제외한 현재의 “시간”은 러블리즈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 여기를 의미했다. 그래서 팬덤에게 과거란 러블리즈와 함께한 추억이다(20).


처음(78): 의외로 이번 콘서트가 처음이라는 후기가 많았다(19). 러블리즈를 무대에서 처음 접했다며(10), 러블리즈 자체를 덕질하는 경우를 “처음”이라 고백했다(8).


응원하다(74): 러블리너스는 응원법을 동사로 사용하는 유일한 팬덤이다(63). 응원법에 서로가 놀라기도 했고, 하나가 되기도 했다. 응원도 아닌, 응원법으로 계수한 결과다. 열심히(34)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함께(68): 팬덤의 응원은 “함께”함으로써 존재한다(27). 러블리즈와 현재를 살아가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자고 기원했다(19).

팬덤은 존재를 묻는다
지수(25)는 지난 콘서트 마지막 날(2019. 8. 4) 팬들이 자신에게 힘들어 한다는 고백을 한다고 밝혔다. 후기북과 메시지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냥 “힘들다”고 토로한 내용이 아니라 한 가지 내러티브를 발생했다. 힘들던 시절에 듣던 곡이 러블리즈 노래이며 힘을 얻는 원동력이라는 명제다. 결코 “나는 힘들었다”에서 끝나는 고백은 없었다. 러블리즈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문장과 함께 병행을 이룬다는 점에서 종교적 서사와 비슷했다. 소위 간증문인 것이다.


병행구절에 더해 “러블리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묻는 이들이 드물게 있었는데, “나는 힘들다”─“러블리즈 덕분에 힘이 났다”─“러블리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로 이어지면 세 개 문장이 병행을 이뤄 하나의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이 같은 맥락 속에서 러블리너스는 타자를 물었다. 팬덤이 아이돌을 향해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 것이다.


브이앱이 등장한 2015년부터 아이돌 삶이 상품처럼 등장했다. 엔터테인먼트사는 끊임없이 아이돌을 상품으로 만들지만, 정작 정신적 문제에 관한 산업재해 규정 같은 움직임은 미비하다. 제도적 틀은 엔터사가 쥐었다. 이제는 엔터사가 존재론에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