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 11. 14 | 수정 : 2019. 11. 21 | C2
미주 생일 맞아 제작한 메시지북, “해보겠다” 23일 동안 협업
메시지북 담은 여러 서포트 물품을 안고 소속사로 향한 총대
귓가에 ‘졸린 꿈’이 아직도 맴돌았다. 날은 여전히 더웠다. 더워서 잠도 오지 않은 저녁은 센치해져갔다.
의외로 유명 걸그룹과 보이그룹 멤버의 열애설이 알려지자 결심할 수 있었다. 아이돌을 향해 “연애하지 말라”고 외쳐대는 이들의 배후에 감정(感情)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올웨이즈2(Alwayz2) 후기북 제작자를 요청한 커뮤니티 발(發) 게시글에 “해보겠다”고 말이다. 며칠 후, 글 하나가 올라왔다.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게시글이었다. 또 “해보겠다”고 말했다. 미주 생일 메시지북 제작까지 떠안았다.
이제 남은 기간은 한 달. 메시지북을 마쳐야 다음 러블리즈 데뷔 5주년까지 올웨이즈2 후기북을 제작할 수 있는 셈. 그렇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tep1: 첫 회의, 콘셉트와 크기 설정
후기북 회의는 조촐하게 이뤄졌다(2019. 8. 9). 후기북 총대는 콘셉트 확정을 언급했다. “이번 콘서트가 여름 콘서트였잖아요. 여름방학이 떠오르더라고요.” 거기에 나는 한 가지를 더했다. 놀이공원. 일러스트 선으로 구성해 제작하면 좋겠다고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비슷한 사진을 채팅방에 개진했다. 총대는 그림일기 느낌도 좋지 않겠냐고 물었다. 긴 글은 편지로, 짧은 글은 그림일기로 넣기로 협의했다. 회의는 총 25분 이뤄졌다.
미주 메시지북 회의는 달랐다. 이미 메시지북 콘셉트와 방향이 개념글(디시인사이드 내 인기글 모음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었고, 협업을 약속한 첫날, 편집 방향을 이미 전달받은 상황이다. 회의 시작 8시에 다다르자 46명 회원들이 오픈 채팅방에 모여들었다. 메시지북 안건뿐만 아니라 마이크 등 미주에게 줄 서포트(선물) 물품을 확정할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메시지북에 관한 안건은 마지막 순서였다. 그렇게 40분이 흘렀다.
메시지북 안건이 상정되자 먼저 사이즈를 확정해야 했다. 책은 콘셉트에 따라 사이즈를 결정한다. 잡지, 소설, 학습지, 사진집… 제각각 목적을 가진다. 소설은 최대한 많은 텍스트(본문)를 담아야 한다. 따라서 잡지처럼 커서는 안 되며 사진과 그래픽을 담아야 할 잡지는 소설처럼 작아선 안 된다. 따라서 미주에게 보낼 메시지라는 성격과 사진 및 콘텐츠를 생각하면 잡지보다 작고 소설보다 커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전까지 지수, 소울, 지애, 케이 메시지북과 달리 A4라는 형식을 깨야했다.
한 회원은 크기에 A4를 제시했지만 하드커버(두꺼운 재질의 겉표지로 졸업앨범의 경우 하드커버로 구성)라면 무거워질 것을 우려해 B5를 제시했다. 표결을 통해 B5 크기로 확정됐다. 이어 편집과 인쇄 일정까지 확정했고 내지 작업에 돌입할 채비를 마쳤다.
①콘셉트와 크기 설정
첫 회의는 장정 세 시간 소요
잡지보단 작고 소설보단 커야
표결 끝에 확정한 B5 사이즈
②표지·내지 꾸미기
교정·교열 통해 오탈자 다잡고
‘청량감’에 맞춘 내지 디자인과
단원별로 ‘내지 흘리기’면 완성
③인쇄 작업
인쇄소 중 변동 없는 S사 선정
비싼 후가공 피해 하드커버로
제작비용 총 17만원으로 제작
Step2: 본문을 모아 내지 앉히기
메시지북 회의 전, 이미 제작한 표지 디자인 틀을 확정한 상태다. 내지를 꾸미기 전, 먼저 해야 할 일은 총대로부터 받은 원고 확인이다. 원고는 메일로도 접수 받으며, 보통 네이버 폼을 이용해 받는다. 오탈자는 있는지, 띄어쓰기는 잘 돼 있는지. 아래아 한글에 흘려놓고 맞춤법을 확인해 메모장에 붙여넣는 이중 작업으로 교정 및 교열을 마쳤다.
그리고 바로 내지를 디자인해야한다. 콘셉트는 ‘청량감’이다. 문제는 청량감을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게 프로페셔널과 취미의 차이 아닐까. 그래서 내지 콘셉트는 한 차례 바뀌어야 했다. 회의에서 내지 콘셉트가 표지와 다르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메시지북은 총 다섯 단원으로 구성한다. 집에서 지내길 좋아하는 미주에게 추천할 만한 놀이거리가 첫째. 둘째, 나에게 미주는 OO이다. 셋째, 미주에게 바치는 주접문. 넷째, 백일장. 다섯째, 미주에게 보내는 편지. 주접문은 오글거리는 문장으로 독자를 힘들게(…) 만드는 코너다. 백일장은 지난 콘서트 시청각 자료에서 4행시로 1등한 미주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미주를 정의한 두 번째 단원은 사진덕(찍덕) 회원에게 받은 사진을 한 면 할애해 “나에게 미주는 비타민이다” 식으로 텍스트만 넣어 꾸몄다. 백일장은 ‘그우사우(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 ‘올웨이즈’ ‘러블리너스’로 정해진 대로 엽서 이미지를 구해 채웠다. 사진도 구해야했다. 미주에게 추천할 놀이거리에 사진을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때문이다. 에트아카이브를 방출했다. 때마침 방청소하며 찍은 메이플스토리 퍼즐과 초등학생 무렵 사용한 필통을 찍어놓은 덕분에 무리 없었다.
Step3: 최종 완성 끝에 인쇄
내지를 다 꾸몄다면 표지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차례다. 문제는 메시지북 제목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아 총대에게 문의했다.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하므로 커뮤니티에 의견 수렴을 받았다(2019. 9. 1). 수렴이 마치고 투표를 진행했다. 총 69명이 참여해 10명인 14.5%가 ‘Princess Diary’를 선택해 제목으로 채택했다.
문제는 인쇄였다. 미주 일러스트만 반짝이는 재질로 만들고 싶었다. 전문용어로 ‘후가공(後加工)’이다. 두 업체 중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하려 했지만 후가공은 무조건 제작비용에 10만원을 얹어야 했다. 후가공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1차 견적서에 변동 없는 S사를 선택해 내 몫, 총대 몫, 미주에게 보낼 총 세 권을 주문했다. 세 권으로 구매해야 한 권 제작비용이 저렴해진다. 이로써 아마추어 디자이너 몫은 끝났다. 남은 건 총대가 져야 한다.
총 금액은 176,110원. 3분의 1인 58,800원을 총대에게 보냈다. 책 표지는 크게 무선제본, 중철제본, 링제본, 반양장제본으로 구분한다. 독자의 손에 들린 소설이나 철학책이 보통 무선제본이다. 거기에 졸업앨범처럼 두꺼운 표지로 만든 단행본이 반양장제본이다. 메시지북은 반양장제본인 하드커버로 제작하기로 미리 협의된 상태다. 협의한 대로 하드커버로 제작했고 일주일가량 소요됐다.
메시지북 제작은 이렇게 끝났다. 남은 건 총대 역할이다. 총대는 메시지북 뿐 아니라 미주에게 선물할 물품을 챙겨 성산동 울림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중간에 추석 연휴와 포장 시간까지 맞춰야 했다. 2019년 9월 23일, 24일이 되기 12분 전. 총대는 최종 공지를 올려 소회를 밝혔다. 제작을 마치자 한 숨 돌렸다. 제작만 23일. 평가는 실물을 손에 잡은 후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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