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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만국을 소성(笑聲)시킨 신천지 논리

입력 : 2020. 02. 24 | 디지털판

 

31번 확진자는 지난 7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자 오한(惡寒) 증세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증상발현일로 판단한 그 날 이후 확진자는 두 차례 대구의 신천지 정기 모임에 참석했다. 1,100명이 코로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병원은 코로나 검사를 권유했지만 확진자가 두 차례 거절했다. 질본도 중국 방문 경험이 없을뿐더러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서 감염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증상 발현 후에도 예식장과 신천지 모임에 참석했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인후통과 고열 증상까지 보였지만 대구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질본은 31번 확진자를 2차 감염자일 가능성을 밝혔지만 대구지회 정기 모임에서 2차 감염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신천지는 확진자가 격리되고 지회들을 폐쇄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도의 다수는 신천지 교리상 자신의 신앙을 숨긴다. 정체를 숨긴 채 접근해 포교 활동하는 행위를 ‘모략’(로마3,7; 빌립1,18)으로 포장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신천지임에도 종교를 공개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한 신도는 동거 사실을 숨겼고, 간호사도 뒤늦게 시인해 병동이 폐쇄됐다.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학팀장도 신천지 신도로 드러났다. 급기야 교주 이만희도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에 조문객을 맞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천지는 교주 이만희가 계시 받은 존재라고 믿는다. 그가 계시 받아 집필한 『천지창조』에도 신격화 구절이 존재한다. “신약성경은 보혜사 곧 책을 받아먹은 이긴 자 한 사람을 알게 한 것이다”(410) 이긴 자(98) 이만희가 계시록을 해석할 수 있으며 지상의 신천지인 14만 4천과 순교자 영혼 14만 4천이 하나 되는 신인합일(神人合一)로 육체가 죽지 않는 불사영생교리를 믿는다. 하지만 2014년에 최종 신도 수에 이미 도달했음에도 신천지는 그 기준 교리를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로 바꿨다. 현대종교 이사장 탁지일 교수는 무한경쟁체제로 설명했다.


거짓말과 이상한 교리로 혹세무민하는 반사회적 집단 신천지는 내부 확진자가 드러난 초반에 모임 참석을 부인하는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지금도 신천지 울산지회는 전체 교인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을 피해자로 일갈한다. 교주는 병마 사건을 신천지의 급성장을 저지하려는 마귀 짓이라고 못 박는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정체성을 숨기며 포교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킨텍스에 모여든 4만 명 수료생은 어두워진 건물에서 만국을 소성하는 회복의 빛을 노래했다. 이 기가 막힌 신천지 논리에 말문이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