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도서

‘꼭 복싱이어야만 했나’ 복수라는 지루한 여정:『싸우는 소년』

 

싸우는 소년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55쪽 | 1만1500원

솔직한 마음으론 읽는 내내 지루했다.

소재는 복싱인데 복싱과 상관없는 내용이 소설 전체를 감싼다. 군더더기가 많은 문장력은 이해한다. 그럼 소재를 잘 활용해야 했다. 복싱 말고 검도가 됐든 태권도가 됐든 운동 종목 아무거나 바꿔놔도 전개에는 아무 상관없을 지경이다.

주인공이 왜 복싱을 배우려 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질질 끌다보니 훈련 과정이 빈약했다. 그냥 싸움 잘하는 동네 형한테 찾아가서 한 달 수련하는 게 나을 정도다. 아니면 “난 복수하는 녀석한텐 복싱 안 가르친다”는 도도한 주찬영 관장 보란 듯이 스스로 단련하며 마음을 돌이키는 설정도 괜찮았을 텐데. 그런 거 없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욕설도 촌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맥락에서 꺼내는 욕이 아닌데 말이다. 웃음 주려는 의도인지, 쿨하게 보이려다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하여튼 어색하다. 뭔가 남들 작품에선 볼 수 없는 욕을 시원하게 까발릴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는데 그러기엔 내용 전반이 시원하지 못하다는 게 함정이다.

결말은 마음에 든다. 일관된 메시지 “싸워라”가 깔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강준혁이 나타나 지껄이는 장면은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다.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아영이와 주인공의 썸에선 설렘이 1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다 주인공이 아영이를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냥 여자애가 끌려서 좋아하는 남자의 본능으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전개. 남자애면 이해하겠는데 여자애는 ‘왜?’라는 물음만 감돈다. 산이 언니 볼 겸 1시간 일찍 나와 사실상 데이트를 즐기는 아영이에게서 어쩌다 주인공을 좋아하게 됐는지 같은 건 생략해 버린다. 서로 아무에게나 반하는 스타일인걸까.

끝으로 우연적 요소가 너무 많다. 작가에게 ‘우연’이란 내용 전개 과정에서 간편한 도구다. 그러나 즉석식품도 맨날 먹으면 맛없는 노릇. 아주 가끔만 사용하면 좋은데 이 책은 우연이 너무 많다.

혹평만 가득한 서평이라 작가가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허나 직전에 읽은 ‘fly daddy fly’(북폴리오)와 너무 비교 된다. 다음엔 이 책을 서평으로 써보련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 비’는 읽어보고 싶다. 그 책도 다르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