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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한국교회는 문대식을 보고 무얼 느끼나

자유의새노래 2018. 10. 26. 21:05

입력 : 2018. 10. 26 | 수정 : 2019. 01. 31 | 디지털판

 

지난 해 8월은 유독 덥고 분통이 터졌다. 자칭 성령사역자로 한국교회에 이름이 알려진 문대식의 유사성행위 전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9월, 문대식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인정 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황당하게도 집행유예를 깨고 구속 된 것은 2017년 8월 무렵이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문대식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2018. 1. 11). 곧바로 항소한 문대식은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로부터 1심과 동일하게 선고받았다(2018. 7. 26). 문대식이 8월 2일에 제출한 상고장에 대법원이 최종 판결에 나섰는데, 상고를 기각해버렸다(2018. 10. 25). 현직 목사가 고등학교 여학생을 강제 추행한 것도 모자라 유사 성행위까지 하다니. 그야말로 현직 목사 구속 사태다.

 

목사 문대식은 한국교회에서 청소년사역자로 소문이 자자하다. 2007년 ‘영의 사람이 되라’, ‘청년 목사의 주례사(2013)’, ‘성령사역자가 되라(2014)’를 내며 청소년사역자를 넘어 성령사역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간 문대식은 달랐다. 2014년 8월 13일, 새벽 1시경에서 아침 8시경까지 17세 여학생을 승용차에 태워 김포의 아라뱃길과 선유도공원, 그리고 가해자의 집과 피해자의 집을 데리고 다니며 손을 이용해 추행했다.

 

범죄는 2014년에 그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강제추행은 유사성행위로 발전했다. 뉴스앤조이에 피해 사실을 밝힌 여학생은 17세 소녀였다. 2015년 8월의 어느 날, 소녀는 차에 태워 서울 외곽으로 나간 문대식이 무서웠다고 한다. 이윽고 자기 집에 데려와 피해자에게 포옹하고 뽀뽀한 문대식을 보며 “목사님 집에 예수님 사진이 붙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목사 문대식은 청소년사역자로서 교회와 기독교 단체를 돌며 강연했다. 주로 성(性) 담론을 꺼내며 혼전순결과 이성교제 금지, 자위행위를 들어 성적으로 순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의 저서 『청년 목사의 주례사』를 보면 기가 막힌 내용이 등장한다. 외로워하는 여자들이 이 죄, 자위행위를 짓기 때문에 외로움을 잘 다스리고 고독을 즐겨야 한다며 남자와 성적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첫 성관계에서 책임은 남자에게 있지만 계속해서 성관계를 가지는 건 여성 책임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연예인 사진 대신 예수 성화나 붙이라(영의 사람이 되라, 281쪽)고 하는 수준인데, 할 말이 없다.

 

피해자에게 사죄까지 하며 목사직을 그만두겠다던 문대식은 성폭력 전문 로펌에 변호를 맡겼다. 피해 여학생이 2017년 8월, 뉴스앤조이에 피해 사실을 용기 내어 밝힌 것도 당해 7월, 라이즈업무브먼트에서 ‘크리스천의 성’을 주제로 강의했기 때문이다. 문대식은 여전히 목사로 군림했다. 합의도 무시한 채 소녀의 인생을 짓밟은 문대식은 오히려 공판에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해명했다. 문대식은 언행불일치로써 인간성을 상실한 그 이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심에서 재판부는 문대식의 절대적 신임을 인정해 목사라는 지위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았다. 2심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재판부는 자신을 따르고 의지하던 교회 신도들에게 성적 행위를 해 죄질이 나쁘다고까지 표현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버렸다.

 

문대식이 평소에 성실하고 신앙심 깊었다는 주장으로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뉴스앤조이 첫 보도가 있자 좀 더 기다려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 교인도 있었다. 문대식이 흘린 악어 눈물에 두 눈 깜박할 사이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반성을 한다면 책임지고 형을 살아야 한다. 항소와 상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증거나 오해가 있다면 충분히 밝혀야 하지만 유부남인데다 목사이기까지 한 문대식은 끝까지 피해자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해명했다.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칸트의 사유법을 논하며 ‘판단’을 ‘확장된 사유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사유는 자신과 자신이 대화하며 불일치를 극복하는 과정이지만 판단은 자아를 넘어 타자의 입장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잠재적 합의’다. ‘다른 모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두고 이 같이 설명했다.

 

큰 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빠지기 전(마태 18,6) 기회가 주어졌다. 문대식에게는 6년의 시간이다.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동안 자신이 인간이었는지, 타자에게 어떤 아픔과 피해를 끼쳤는지. 목사가 아닌 인간으로서 반성하고 죗값을 치루는 방법이다. 문대식을 바라보던 한국교회는 지금 무엇을 판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