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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미주와 지수는 상품이 아니다

입력 : 2019. 03. 13 | 수정 : 2019. 05. 07 | A31


믿기 힘든 사건의 연속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 전유(專有)라 착각했던 성폭력이 일상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첫 시작은 강남 클럽 버닝썬이다. 폭행 사건에서 불거진 폭로는 가수 승리를 끄집어냈고 ‘물뽕’을 이용해 여성을 상대로 불법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승리뿐이 아니다. 정준영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불법촬영 영상물을 유포해 피해 여성만 10명에 달한다. 한 공익제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해 세상에 밝혀진 것이다.


놀랍게도 같은 날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윤지오 씨가 출석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조사단에서 “특이한 이름을 가진 정치인에 대해 사진 등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씨가 언급한 언론사는 지금까지도 장자연 씨와 윤지오 씨를 보도하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언론인이나 영향력을 가진 아이돌 가수들만 성폭력을 저지를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생 단톡방은 과연 정준영 단톡방 대화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하게 만든다. 언론들은 일베저장소에서 ‘여친 인증 사건’만을 조명하지만, ‘걸그룹, 연예인 게시판’ 인기 글 목록엔 성희롱이 일상이다. 운영진은 이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도 버젓이 일베저장소 인기 글 목록에 등장한 성희롱 게시글(2019. 3. 13).



성 문제는 아이돌 일상에도 미쳤다. 아이돌이 직접 방송을 송출하는 플랫폼 ‘브이앱’에 나타난 악성 행위자는 러블리즈 미주의 방송에 “정신나간 년” “발좀보여줘” “니네망했어”라고 조롱했다. 언론사는 러블리즈 지수 근황과 상관없는 동성애 단어로 자극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울림엔터테인먼트는 팬 사인회에서 한 팬이 미주에게 “다리 올려봐”라고 말한 후에야 움직였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른 ‘정준영 동영상’은 가관이다. ‘정준영 리스트’란 이름으로 하등 상관없는 아이돌 가수를 피해자라며, 유포된 지라시에 누구일지 궁금해 한다. 자극적이고 성적인 소재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사회란 말인가. 성 엄숙주의는 위선이다. 하지만 관음은 이상 성욕이다. 아이돌이 된 소녀를 청순으로 몰아세우고 정조(貞操)를 위시한 아이돌 문화가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 든다. 소셜미디어로부터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다”는 구슬픈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