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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

오피니언/에셀라 시론 [에셀라 시론] 다시 정의를 생각한다 10년 전 화두는 정의였다. 경건한 삶 중심으로 신앙적 삶의 태도를 정의로 본 것이다. 그 시대는 현실세계보다 내면세계를 강조하던 그런 시기였다.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는 신앙의 삶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높은 도덕심을 요구했다. 높은 도덕심은 ‘구별된 삶’이란 근거로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할 용기를 안겼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와의 완벽한 분리였다. 교회와 사회의 분리는 단어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세상’과 ‘교회’가 아이히만의 ‘언어규칙’처럼 정의가 아닐 수 있음을 은폐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머리는 정의를 추구해야 하지만, 몸은 정의롭지 않으니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세속 정권은 자아를 포함한 신앙 세계를 파괴하는 악마적 존재로 보았고 허상의 적을 낳았다. 보이지 않는 적이 .. 2022. 5. 19. 20:33 더보기
문화/도서 어쨌거나 “‘학교폭력/디지털 성폭력/무관심’은 나쁘다”:『학교 안에서』 학교 안에서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0쪽 | 1만1000원 소설을 좋아하면서 바뀐 시선이 있다. 글줄이 길면 이걸 어떻게 상상하며 읽어야 할까 부담감이 앞선 나머지. 인물 묘사, 심리, 상황과 배경을 녹여낸 글줄이 싫었다. 잘 썼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예의 갖춘 독백을 접하며 부담감은 기대로 바뀌었다. 구매할 책을 고를 때, 대화보다 글줄을 들여다보는 이유다. 얼마나 글줄이 아름다운지를 먼저 살핀다. 도입은 좋았다. 학교를 폭파하려는 테러범에 맞선 힘없는 경찰과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 갇히고 만 학생들과 교사라는 설정 속에 앞으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기까지 좋다. 부실한 대화, 어설픈 설정. 메시지는 명확하다. ‘학교 폭력은 나쁘다.’ 학교폭력 피해자 진술을 적절히 가공.. 2022. 5. 19. 19:00 더보기
문화/도서 병신 같은 노동 착취… “한국 사회 문해력을 묻는다”:『임계장 이야기』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60쪽 | 1만5000원 어쩌면 이 손님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 없이 바코드를 찍어댔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완전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는 말해둔 상태다. 다음 근무자를 구하기 전까지만 일하기로 돼 있었다. 정확히 일주일. 일주일 만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어진 사장의 말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그건 네 사정이고!” 반년에 가까운 시간, 편의점에서 보내온 야간 근무는 즐거울 때도 많았지만 힘겨울 때도 많았다. 밤을 새야 하기에 피로가 누적되어 자도자도 피곤함 연속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처음 일 시작할 무렵 입었던 옷을 꺼내 입었다. 맞은편 초등학교엔 가을 운동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출근 후 정겹게 .. 2022. 5. 12. 19:00 더보기
[ㄹㅇ루다가] “속고 속이는 관계”… 그러나 신문에는 진심으로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5. 5. 20:43 더보기
[ㄹㅇ루다가] 오늘 퇴사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5. 5. 20:43 더보기
문화/도서 흔전동 재개발 구역에서 들려오는 네 울음 소리:『구달』 구달 최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 1만1500원 달빛이 비치는 재개발 구역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름을 구달로 정한 게 아니었을까.(246,1) 노란색 구달의 달빛으로 물드는 표지를 쓸어내렸다.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듣고 싶어 귀 기울이는 달이를 상상하며 한 페이지 넘겼다. 언제부턴가 달이는 알 수 없는 소릴 듣게 됐다. 365마트 할머니 손자 강문이의 흔들리는 치아 소리(39,2)에서 걸어가던 여자 구두 굽 또각 소리(42,2)까지. 재개발 앞둔 골목이라 들릴 만한 소리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방에서 훌쩍이는 재현이의 울음소리를 달이의 방안, 눕다 보면 견디지 못할 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자고 일어난 아침은 모든 감정이 민낯 그대로다. 무방비 상태로 솟아오른 욕망과 생각.. 2022. 5. 5. 19:00 더보기
오피니언/자유시 [자유시]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外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뛰어다니는 회사 위에 날아다니는 MZ 세대 있다. ○시간의 테두리 바깥에서 여름이에게 달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이 서글픕니다. ○이름도 되찾고 나 자신도 되찾고, 그래서 역겨운 과거의 아이돌. 우리도 그때가 부끄럽다. 2022. 5. 3. 11:03 더보기
문화/도서 겨울의서원 지키려 숨 죽여 기다려 온 산바:『멧돼지가 살던 별』 멧돼지가 살던 별 김선정 지음 | 문학동네 | 184쪽 | 1만1500원 한순간 져버린 열여덟 生 국가적 폭력이 빚어 만든 비참히 남은 마음의 상흔 그리고 말없이 떠난 악인 폭력성 주의 잔인한 아버지의 폭력에 눈을 감고 싶었다. 도무지 읽기 어려웠다. 이빨이 딱딱 거리는(33,5) 소녀 유림에게 가감 없이 주먹질 해대는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멍자국을 내주고 싶었다. 힘을 가진 아버지는 힘없는 딸을 내치고 이용해 먹으며 내쳐버린다. 용서하기 힘들었다. 죽이고 싶었다. 불편한 감정은 충동에서 그쳐야 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기에 몸은 상흔 자체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같은 방식으로 오래도록 외면했던 10년 전 열여덟 살 소년이 떠올랐다. 스포일러 주의 이 소설은 아버지에게 정신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 2022. 4. 28. 19:00 더보기
문화/도서 몸만 어른인 사춘기 소년들 입에다가 토마토 된장찌게나 물리자고:『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범유진 지음 | 탐 | 192쪽 | 1만1000원 존댓말하는 어른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로 어린 사람 대한다는 건 한 가지 전제를 담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바라본다는 점. 그런 어른에게는 상하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월하고 열등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모자란 부분을 알기에 가르치지 않는다. 어른들은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한다. 꼭 주먹을 사용하지 않아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폭력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권위에 호소하면 사람들은 알아서 움직인다. 나약한 이들은 겁 먹고 주먹쥔 호통에 쉽게 따른다. 일일이 고민하지 않아서 편하다. 문제에는 해답이 있고 해답을 찾아가는 지루하고 어색한 갈림길의 연속이지만 쉬운 길을 .. 2022. 4. 21. 19:00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예수가 다시는 부활하지 않았어도 향린교회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예배당 침탈을 당했을 때의 일이다. 교인들은 향린교회 바깥 어두운 골목길에서 초라해 보이는 고난주간을 보내야 했다. 찬송가 147장 ‘거기 너 있었는가’ 힘없이 부르는 침참속 교인들 풍경이 낯설었다. 낯선 것은 예배뿐만이 아니었다. 기도하는 신자 분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십자가도 없이 싸늘하게 식은 저 예배당 안에서 홀로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있을 “그 예수를 우리가 구원해야 할 때”라고 규명한 그분은 예수의 힘없는 무력한 광경을 목도했다. 기독교인에게 신의 전능성은 ‘무소부재’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엇이든 구해낼 수 있는, 무엇이든 가능한, 미래의 일들까지도 감찰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러나 현대인에게 기독교적 신은 허상으로 보일.. 2022. 4. 19. 07:39 더보기
문화/도서 [문정동 서재]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外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한국교회 30년을 대형교회라는 소재를 이용해 되짚는다. 선발 대형교회가 카리스마로 성장했다면 후발 대형교회는 주권신자를 통해 유례없는 성장 가도를 걷는데 한국교회에 만연한 대형교회화(化)는 크기에 상관없이 작은 교회에 이르기까지 성장에 눈 멀게 만들고 교인들을 신자유주의 흐름에 동참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저자 김진호 신학자가 주목한다. ▲임계장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욕이 나오게 만들 만큼 노동자 실태를 구체적으로 명확한 직업군으로 설명한다. 명확한 직업과는 달리 모호한 위치에 선 은퇴자들이 먹고 살아가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현상을 묘사한다. ▲학교 안에서 적나라하게 학교폭력을 다루는 청소년 문학소설. 동아리는 존재 의미를 모르겠으며 굳이 학교를 폭파시키려는 목적으로 잠입한 용의자의.. 2022. 4. 16. 20:22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먼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行間 속에서 한국 사회의 문법을 읽기 위해 되짚은 천안함 피격 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맞닥뜨리기 어려운 미숙함의 연속이었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아픔 속에서 천안함 12주기와 세월호 8주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은 전 세계 얼마 남지 않은 분단국가 대한민국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마흔여섯 용사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생존장병 쉰여덟 명 용사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집필한 고려대 김승섭 교수는 천안함 피격 사건 생존장병의 아픔을 되짚는 과정에서 군 내부가 낸 상처에 주목했다. 적이 조롱하는 일보다 내부의 사람들이 생존장병을 돌봐주지 않는 배제하고 차별하는 과정에.. 2022. 4. 16. 03:0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