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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다시, 덕질을 告한다

입력 : 2020. 05. 19 | C11

 

반년의 코로나 파동(波動)을 겪으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햇살을 고마워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경이(驚異)에 차 감탄한다. 지극히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일상이 침해되자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에서 ‘하지 않을 수 있음’을 힘으로 정의한다. 할 수 있음이란 긍정의 세계에서 하지 않는 것은 부정이란 힘이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라 생각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다.


새능력이란 공동체에서 빠져나와 행위 중독으로 변질된 신앙 활동을 중단한 6개월은 금단증세를 넘어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위 중독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극단적인 개신교인들에게 성수주일(聖守主日)을 비롯한 십일조, 봉사, 찬송, 기도 등 행위를 중단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신앙행위를 넘어 중독이 되는 순간, 다시 말해 몰입하는 순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고 제도권 교회가 신격화되고 만다. 모든 존재하는 것이 그렇다.


별 하나 수놓듯 새겨놓은 러블리즈 메시지북을 읽어보면 그 속에서 내러티브(narrative)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들의 사건(事件)으로 묘사된 덕통사고는 힘든 헬조선의 생활에 고마운 힘이자 당연한 위로로 보이게 만든다. 따라서 하나의 명제가 그럴듯하게 형성된다. ‘나는 힘들다─러블리즈 덕분에 힘이 났다─러블리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 덕질은 타인의 존재를 묻게 했고, 실체하는 러블리너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리(眞理)를 잃은 채 현대를 표류한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선생님의 작별은 더욱이 “엔터사(社)는 존재론을 고민하지 않는다”를 울부짖게 만들었고 산업재해라는 탄식 속에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다. ‘덕질은 무엇인가?’ 여정의 물음도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현대에, 아이돌마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뿌리를 캐묻는 질문(root question)을 꺼낸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일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일은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며 책임을 지겠다는 타자와의 접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개월의 덕질을 쉬고 다시 선언한다: “러블리즈를 좋아한다”고. 어느 날 슬픈 감정을 인식한 77년 전 문학평론가의 뿌리 질문처럼. “나의 원동력은 분노”였다고 일갈한 한 대표의 꼰대처럼. 한병철의 말마따나 현재에 대해 총체적 의문을 제기하게 할 분노(Wut)의 전제 속에서. 현재를 중단하며 잠시 멈춰선 채,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시대를 향해 분노해야 할 것이다. 그 분노가 사랑을 지킬 것이다.

 

 

 

Sunshine Girl

그대 밤이 찾아 와도

Sunshine Girl

내게 머물러 줘

 

, 그대 말해줘

눈부신 햇살로

영원히 함께 하자고

 

Tonight

my beautiful beautiful beautiful

my lady

 

You're my my lady

You're my my lady

 

날 사로잡았던 그 미소로

오 날 안아줘

My beautiful beautiful lady

 

그대와 이 세상 안에서

숨 쉴 수 있게

My beautiful beautiful lady

 

Sunshine Girl

어디든 그대만 있으면

Sunshine Girl

네게 달려갈게

 

, 그대 나만의

빛나는 별처럼

내 삶에 빛을 밝혀줘

 

Tonight

my beautiful beautiful beautiful

my lady

Oh oh oh my Sunshine Girl

 

My my girl oh oh oh

날 사로잡았던 그 미소로 오 날 안아줘

My beautiful beautiful lady

그대와 이 세상 안에서 숨 쉴 수 있게

My beautiful beautiful ladyYou're my my lady

You're my my lady

 

더베이츠(The Baits), “Sunshine Girl”, 201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