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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어른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니

입력 : 2019. 12. 20 | 수정 : 2019. 12. 31 | C11

 

엠넷이 방영한 프로듀스 101 모든 시즌에서 투표 순위 조작이 드러났다. 국민 프로듀서가 시즌4에서만 1,363만 표를 행사했는데 이는 전 국민의 27%인 적지 않은 숫자다. 순위에서 밝혀낸 특정 숫자의 배수를 이상하다 느낀 팬들이 고발했고 수사 끝에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핵심 인물을 접대한 정황도 드러나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MBK, 스타쉽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아이즈원을 비롯해 엑스원은 미리 멤버들을 내정한 채 방송을 진행했고 시청자를 기망했다. 관계자들은 업무방해와 사기, 배임, 청탁 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프로듀스 조작 사태에 정민재 칼럼니스트는 “어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젊음의 착취”라고 지적했다. 젊은이가 내보인 절박한 삶을 어른들이 감동으로 포장해 팔아먹는 기가 막힌 상술이다. 성숙 내러티브의 기만이다.


어른들의 기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아티스트의 비극적 죽음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책임지지 않는다. 정신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스스로가 감내해야 할 짐 따위로 여긴다. 아이돌은 산업재해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세상에는 참 나쁜 어른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