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여론조작 온상으로 전락한 실시간 차트

입력 : 2020. 05. 31 | C11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은 총공의 토대인 실시간 차트가 일부 개혁된다. 카카오가 음악서비스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순위 경쟁보다 다양한 곡을 제공하기 위한 명목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2020. 5. 19). 차트 순위 조작은 공연히 알려진 총공의 일종이다. 아이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명 가수가 순위권에 오르고 마케팅 견적서가 나오면서 실체를 가늠하게 됐다. 사재기는 오래된 마케팅 방법이다.


거대 팬덤의 경우 순위 조작은 어렵지 않다. 자발적으로 모은 여러 계정을 이용해 ‘총공팀’을 결성한 후 여러 번 여러 곡을 재생하면 순위를 올릴 수 있다. 팬덤을 구축하기 어렵다면 바이럴 업체를 이용해 누구든 조작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1위가 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문제는 ‘줄 세우기’로 전락한 실시간 차트를 시민들이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여론조작, 사재기 정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현실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어디서, 왜, 어느 정도 순위를 조작했는지,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를 입증해야 하지만 단지 순위가 오르고 내렸다는 정황만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총공과 바이럴 마케팅은 문제 삼을 수 있다. 검찰이 할 수 없다면 시민이 나서야 한다. 상식적으로 음원사이트 계정을 넘겨주고 대리해서 음악을 듣고 순위를 올린다는 건 비정상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자기 발로 투표장에 나와야 하고, 자기 손으로 도장을 들어 찍은 후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여론조작은 음원사이트를 넘어 만연하다. 블로그, 카페, 유튜브까지 괴상한 현상들이 사회에 남발한다. 광고대행업체는 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 돈만 주면 해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녹림청월도 여론조작의 야망을 가지고 창립했다. 그리고 필명 대한제국을 무찔렀다. 그 다음 적을 향해 더 큰 여론조작을 준비했다. 10년이 지나고 이들은 실체도 없을 만큼 흩어져 버렸다. 무엇을 위해 여론조작을 감행했는가. 세상에는 참 나쁜 어른도 많고, 철없는 청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