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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우리에게 힘을 주는 아이돌 따위는 없다

입력 : 2020. 07. 07 | 수정 : 2020. 11. 20 | C11

 

우리는 아이돌이 만들어 낸 긍정적인 현상들에만 주목해왔다. 일상에 힘을 주고, 에너지를 주는 존재로 봐왔지만 우리는 수많은 진리를 잃었다. 정작 아이돌이 아파할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누구도 위로를 건넬 수 없었다. 배우 권민아가 낱낱이 공개한 기억 조각들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또 한 가지를 물었다. 아이돌 시대를 끝내고 배우로 전향한 그에게 위로와 치유를 건넬 수 있는 방법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신지민 씨는 자신의 잘못을 어쩔 수 없는 환경과 분위기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책임으로 몰아갔다. 그 책임은 신지민만 지던 짐이 아니었다. 걸그룹 모모랜드를 탈퇴해 배우로 전향한 이다빈 씨도 팬 카페를 통해 고충을 토로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배우로 선택할 만한 상황에 “이 이상의 선택권이 없다”고 고백한 유려한 문체에서 무엇을 이유로 팬들에게 전향한 이유를 읍소(泣訴)해야 하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이 씨에게 “너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잘못된 결과를 영원히 후회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짐승 같은 저주에 역겨움을 느낀다.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해 둔 표준계약서는 폼으로 만들었나? FNC 계약서는 어떤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가. 현역 그룹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책임지지 않았던 소속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탈퇴 후 남남이 된 상황에서도 이어졌다. 번듯하게 서 있는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데려가 접선하는 괴현상을 만들어냈고 기어이 용서를 받아냈다. 그마저도 사과한 신 씨의 글에선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지적이 이어지자 달랑 넣은 문장이 “민아에개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FNC 홈페이지 어디에도 재발 방지나 사과 한 마디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사회 공헌 브랜드가 무슨 소용인가?

대중 앞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았다고 간증만하지 말고 잘못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입이 있으면 말을 하라. 그런 속사정도 모른 채, 아이돌은 꿈과 희망을 주며 일상의 활력소라 믿어온 관계들이 한낱 무너질 환상이란 현실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부끄럽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응원해 왔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