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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이름들5

[고마운 이름들⑤] 말없이 도둑놈 놔주며 “됐다, 그만 가 봐라” 버찌씨도 2센트도 아닌 ‘빈손’에 지난 번 초코칩쿠키는 대성공이었다. 허겁지겁 삼키느라 제대로 음미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리라 다짐했다. 점원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슬쩍 왼쪽 다리에다 겹쳐다가 홧김에 나와 버렸다. TV에 정신 팔리느라 못 보는 것 같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때는 초등학교 2학년. 오늘도 챙겨오라던 준비물을 빼놓고 갔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존나 아픈 기억만 남은 걸 보면 손바닥 아작 날 만했다. 불과 20년 전 엄한 회초리와 귀싸대기가 일상이던 시절의 얘기다. 그땐 거짓말이 일상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도둑질도 많이 했다. 친구네 집에서 훔쳐온 장난감만 몇 주먹이나 쥐어야 할 정도였다. 실컷 놀다가 배가 고파졌다. 상가 건물에는 1층에 마트와 맞은편 교회가 .. 2024. 5. 8. 19:33
[고마운 이름들④] “원주의 어느 골목이었습니다. 감자탕집 아저씨는 길 잃은 절 아들처럼 저녁 차려 베푸셨죠.” 그 여름도 상당히 더웠다. 푹푹 찌는 살갗에서 감도는 짠맛과 흙냄새로 뒤덮으며 나는 냄새. 가만히 있어도 땀 한 방울 흐르는 등줄기를 느끼며 동네 골목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걷는다. 원주의 어느 집골목 사거리만 건너면 곧바로 바둑판 골목이다. 지금의 내 걸음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만 5살 꼬마가 걷는다면 얼마 만에 도착할까. 해도 뜨지 않는 새벽, 어린이집 봉고차 탈 생각에 저절로 눈이 뜨였다. 분명히 한 시간 전이라면 더 자고도 남을 시간일 텐데. 일찍부터 씻고 옷을 갈아입을 채비에 나섰다. 장롱을 열어 흰 옷을 꺼내고 엄마가 깨지 않게 조용히 갈아입는다. 대문을 열어 한적한 이차선 도로, 콘크리트 벽에 바짝 붙어서 지평선이 보일만치 직선 도보 걷는다.  집 앞까지 와주는 운전 선생님 힘들지 않게.. 2022. 7. 20. 07:00
[고마운 이름들③] 보고싶습니다 유 사범님 “태권! 사범님 안녕하십니까! ○○○입니다!”‘택권!’ ‘사범님’까지는 정확한 발음으로 말문을 열다가 이름이 나오는 순간에 흐려진다. 어색한 웃음과 인사에 유 사범이 진지하게 받는다. ○○태권도 사범으로 알려진 유 씨의 기억이 흐려졌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성씨가 ‘유’인 점만 기억한다.◇남자다운 면모 드러내었지만 남자다움 강요 않던 유 사범은 남자였다.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상남자다. 민재(가명), 다이어트 시켜준다고 1박 2일 분교를 빌려 다녀온 수련회에서 조 이름을 ‘다이어트’로 결정했을 정도다. 내가 무슨 조였는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민재가 속했던 유 사범 조 이름은 또렷하다. 궁서와 바탕의 중간체를 펜으로 써 내려간 ‘다이어트’ 네 글자가 인쇄 글꼴보다 선명하다.한국 사회에서 남.. 2021. 10. 3. 17:55
[고마운 이름들②]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며 떠올린 평범한 친구들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0. 12. 8. 14:57
[고마운 이름들①] 고마운 그 이름들, 모두 기억하세요?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0. 8. 28.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