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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애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그날 밤 연락하지 않은 건 자존심 따위를 지키려는 게 아니야 옛날 일들이 떠올랐다. 갑자기 떠오른 일들에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휴우증은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오르는 걸까. 아닌 것 같다.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분명히 뺨을 때리고 말았을 거다. 불쾌감, 적의, 분노, 배신, 파괴, 한순간의 말들로 사랑했던 그 사람과의 모든 기억이 얼룩지고 말았다.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새로운 친구’ 목록에서 적의로 가득한 그 얼굴이 역겨웠다. 오늘은 그냥 두지 않았다. 마음먹은 대로 움직였다. 프로필까지 차단. 이젠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졌으면 좋겠다. “누구랑 톡하는데 심각해?” “아냐, 오빠.” 볼 새라 폰을 끄고 배에 누워 만지작거리며 발을 흔들었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이 닿았다가, 미끌거리다 다시 닿으며 마주치고 떠나기를 반복했다.. 2021. 8. 15. 23:00 더보기
[지애문학] 체벌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1. 4. 28. 02:20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내 이름 어디에도 집단 감염을 보도하는 데가 없었다. 다양한 사건들이 사람들 기억에서 코로나 세 글자를 밀어냈고, 발병하고 정확히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나서야 다른 뉴스들로 뒤덮였다. 뉴스로 뉴스를 덮는다, 이거 현실 정치에서도 유용하겠지만 여자와 남자 사이 관계에서도 무척이나 유효하다. 오늘처럼 적당히 쓴 알콜로도 애매한 기운을 덮기가 어렵다면 말이다. 한 달이 지나도 응답 없음 유지하던 우리 관계도 잠시 주춤하는 건지 영원히 멀어지는 건지. 발걸음도 주춤했다. 지하철 환승 통로 한 편에 마련한 전시회에 다다른 직후였다. 익숙한 전신의 찰리 채플린이란 점 때문만이 아니었다. 머리에서 분리된 얼굴, 부르튼 발에서 벗겨진 신발, 천사의 날개를 겨드랑이에 끼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마르크 샤갈 냄새. 웃고는 있지만.. 2021. 4. 7. 21:06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잊어버려야 할 때 입력 : 2021. 02. 24 21:15 | 디지털판 D+1100. 지울까 말까 고민만 수백 번. 달달해서 짜증났다. 어제의 네 미소가 오늘의 쓰디쓴 망상으로 이어질 줄은 정말로 몰랐다. 가끔은 폭발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연례행사라도 하듯 한 달에 한 번쯤 예민해지는 시기가 미웠다. 그래서 어제는 이해해주는 줄로만 알았다. 착각이었다. 만나자 해도 확인 하나 없었고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는다. 고작 네 글자, 그 한 마디 꺼내려 잘해줬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마지막 한 모금 마시고서 찌그러뜨리고 나서야 일어났다. 추웠다. 지애야, 패대기치고 나오는 순간만큼은 좀 이성적이면 안 될까. 하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목도리 하나 걸치지 않고 니트 한 조각만 입고서 나왔으니. 거지같았다. 떠는 몸 이고서 .. 2021. 2. 24. 21:15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시내버스 3100번, 일오구삼 입력 : 2020. 11. 23 | C10 높은 빌딩에서 바라본 강변북로로 향하는 길목의 네거리는 출근길로 분주하다. 8시 53분, 쉬면서 뭐라도 하기엔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 스틱 커피를 타고 창가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이제 도착하려는 직장인들과 환승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러시아워 바라보는 모습이 미니어처 구경하던 꼬마 아이 같을 때가 많다. 몇 초 남지 않았을 패딩점퍼는 요리조리 사이를 스쳐가며 여유롭게 건너자 그 뒤로 성큼 걷는 백팩 배 뿔뚝 아저씨. 내 키보다 높은 하이힐과 유선 이어폰이 거슬려 찡그리는 듯 누가 봐도 직장인 아가씨, 답답해진 마스크로 헐떡이며 유랑하는 할아버지, 시루마냥 담아온 버스들이 줄지어 도착하고 네거리는 출근길 정점을 찍는다. 유독 관심을 기울인 건 매일 이 시간 .. 2020. 12. 1. 22:45 더보기